이라크 종파 갈등 일촉즉발

  • 입력 2003년 9월 3일 18시 46분


이라크 시아파 교도의 최고지도자 모하메드 바키르 알 하킴이 폭탄테러로 살해되면서 이라크 내 종교갈등이 일촉즉발의 감정대결로 치닫고 있다.

일부 시아파들이 수니파의 사원을 장악했으며, 수니파는 이에 대해 ‘인종청소’를 시작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라크 인구의 60%를 차지하지만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 권력에서 소외됐던 시아파도 온건세력을 대표하던 하킴이 사망하자 온건파와 과격파간 내부대립이 격화되는 등 이라크 정세는 예측하기 어려운 혼미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인종청소 시작됐다”=수니파 이슬람 법학자들의 모임인 울라마 평의회는 2일 “시아파가 수니파 사원인 나자프의 알 함자 사원과 카르발라의 하산 빈 알리 사원 등 16개 사원을 접수했다”면서 “나자프와 카르발라에서 수니파를 몰아내는 것은 ‘인종청소’와 유사한 심각한 현상으로 이라크를 발칸반도처럼 분열시킬 것”이라고 AFP통신에 밝혔다.

울라마의 이 같은 발언은 2일 시아파 수십만 명이 하킴의 장례식을 위해 나자프에 집결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울라마는 또한 이란 지도자들이 이라크의 과격 시아파 성직자인 무크타다 사드르에게 수니파와의 관계를 단절하도록 종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시아파의 내부혼란=이와 관련해 BBC는 하킴이 숨진 뒤 시아파 내에서 권력공백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사드르를 중심으로 한 과격파와 온건파의 대립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온건파는 하킴의 동생인 압둘 아지즈 하킴을 온건파 기구인 이라크이슬람혁명최고위원회(SCIRI) 지도자로 선출했으나 시아파 파벌들을 장악하기엔 역부족이라고 BBC는 덧붙였다. 숨진 하킴은 미국이 권력을 이라크 민간에 이양할 때까지 여유를 갖고 기다려보자는 입장이었다.

▽미국, 유엔 참여 결의안 제출 예정=미국은 유엔에 다국적군의 확대 등 이라크 내 치안 강화를 지원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이르면 3일(현지시간)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일 이 결의안에 서명했다. 이는 유엔 참여를 될수록 배제해온 미국의 대(對)이라크 정책 변화로 해석된다.

뉴욕타임스는 백악관 국가안보팀이 앞으로 18개월에서 2년 안에 이라크 주둔 미군을 대부분 철수하고 다국적군을 코소보 주둔 평화유지군과 유사한 형태로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결의안은 이들 평화유지군을 미군이 지휘하도록 제안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덧붙였다.

하지만 미국의 결의안이 전쟁을 반대하던 프랑스와 독일 등의 동의를 얻을지는 미지수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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