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폭탄 테러]유엔사무소 이어 또… 이라크 극도 혼미

  • 입력 2003년 8월 30일 01시 16분


29일 이라크 중부도시 나자프에서 발생한 강력한 차량 폭탄 테러로 미 군정 이후 이라크를 이끌 인물 중 한명으로 꼽혀온 시아파 지도자 모하마드 바키르 알하킴(64)이 숨짐에 따라 이라크 정국은 극도의 혼미한 상황에 빠져들게 됐다.

이번 폭탄 테러는 바그다드 유엔사무소 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한 지 열흘 만에 일어난 것이어서 미군의 이라크 통제에 대한 허점이 다시 부각되는 한편 ‘반(反) 테러’ 여론이 다시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숨진 알하킴은 이란이 지원하는 ‘이슬람혁명 최고위원회(SCIRI)’ 의장으로 사담 후세인 대통령 시절에는 20여년간 이란에서 망명생활을 했고 후세인이 축출된 5월 이라크로 돌아왔다. 그동안 이라크에서는 알하킴의 동생 압둘 아지즈가 정치적 대리인으로 활동해왔다.

이 때문에 일부 지지자들은 알하킴을 14년간 이라크 망명생활 끝에 회교혁명을 성공시켜 이란에 화려하게 입성한 아야툴라 호메이니에 비유하기도 했다.

알하킴은 1970년대부터 후세인 정권에 대항하다 투옥과 고문을 거듭했고 결국 시리아를 거쳐 1980년 이란으로 망명한 뒤에는 이란의 지원으로 SCIRI를 창설해 23년간 반 후세인 정권 투쟁을 벌여왔다.

영국의 BBC 방송은 “아직 이번 폭발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단체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현지에서는 시아파 내부의 권력투쟁설과 알하킴 일가의 미국 지지에 대한 보복설이 나돌고 있다.

이란의 정치 분석가 모라드 베이시는 “이 사건은 이라크의 단결에 타격이 될 것”이라면서 “알하킴의 사망은 이라크가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시점에서 시아파가 이라크의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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