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회 베니스 비엔날레 결산]"캔버스로"…회화작품 늘어

입력 2003-06-22 17:31수정 2009-09-29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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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아무리 급해도 배를 기다려야 다음 장소로 이동할 수 있고 중세때 지어진 건물들 사이의 좁은 골목 길을 걷다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 듯한 느낌이 든다.

19세기 초까지 유럽의 지성인과 문화 예술인들이 몰려 들었던 이곳은 이미 16세기에 근대의 관문이었다. 세계 문화의 중심임을 자부하던 베네치아인들은 19세기 말, 근대 국제 대형 미술행사인 비엔날레를 최초로 출범시켰다. 그리하여 지난 100년간 세계 미술계에서 국제주의 양식을 주도하면서 많은 스타 작가들을 배출해 왔다.

지금은 꼬박 100세가 되었지만 전 세계 70여개국에서 작가, 큐레이터, 미술 평론가 1만여명을 불러 들일 수 있는 저력은 역시 전통의 힘이었다. 이제 베니스 비엔날레가 인적교류와 정보교환이 주로 이뤄지는 사교장으로 변질되었다 하더라도 세계 각국이 전시에 드는 총경비를 스스로 부담하면서 이곳까지 찾아오는 것은 바로 역사가 주는 힘인 것이다.

제50회 행사(15일∼11월2일)가 열린 자르데니아 공원은 이탈리아어로 ‘정원’이라는 뜻에 걸맞게 안으로 들어서면 나무와 숲이 우거져 있다. 공원 여기저기에 전 세계 25개국이 각기 자국의 건축 양식을 살려 지은 국가관들에서 전시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행사가 막을 올린다. 국가관 설립은 1907년부터 본격화했으며 한국은 아시아 국가로는 일본(1956년)에 이어 두 번째, 국가관 설립으로는 마지막으로 1995년 문을 열었다. 국가관이 없는 국가들은 베네치아 여기저기에 분산되어 있는 미술관들이나 건물들을 임대해 전시한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초기에 최근 미술 동향을 개괄하는 데 치중했으나 1980년대 들어서 테마 중심의 전시와 수상 제도를 두었으며 이어 세계화에 걸맞게 서구 유럽 중심의 미술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썼다. 현 시점에서 여러 세대 작가들의 최근 작품을 한 자리에 모은다는 의미가 강해져 특정한 표현매체나 경향이 주류를 이루지 않고 회화, 조각, 설치, 비디오 아트 등이 골고루 소개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 같은 경향은 올 행사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올 비엔날레의 특징은 사진을 비롯한 영상 미디어, 설치 작품들이 대폭 줄고 회화가 늘었다는 점. 84년부터 매회 행사에 참여했다는 이용우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은 “지난번 행사에 영상작품들이 너무 많아 어두컴컴한 방에서 작품을 봐야 하는 ‘어둠의 축제’라는 비판이 강했다”면서 “이런 것을 의식한 듯 의도적으로 회화를 많이 등장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다하게 눈에 띄는 작품들이 없어 전반적으로 모든 작품들에서 긴장감이 떨어졌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여기에 ‘꿈과 갈등’이라는 행사 전체의 주제를 살리기보다 각국의 다양성에 치중한 면이 많아 통일성이 부족했다는 평을 들었다. 이탈리아 미국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관 등이 주목을 받았으며 특히 미국관은 회화, 조각, 설치, 비디오 아트 등 4분야에서 흑백 갈등을 표현해 화제가 되었다.

한국관은 ‘차이들의 풍경’을 주제로 황인기 정서영 박이소의 작품들을 출품했으나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세 사람의 작품이 긴장감이 부족한데다 공간적 특성을 살리지 못했다”고 평했다. 오히려 젊은 작가들이 참가한 아르세날레전에 첫 참가한 김소영 김홍석의 설치작품 ‘만성역사해석 증후군’이 호평을 받았다.


베네치아=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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