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주재 美외교관 급거 귀환령

  • 입력 2003년 5월 14일 18시 25분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12일 밤 발생한 자살폭탄테러는 9·11테러를 일으킨 이슬람 과격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소행임이 확실해지고 있다. 14일에는 예멘의 한 법정에서도 알 카에다가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폭탄테러가 발생했다.

미국은 사우디 주재 자국 외교관들에게 긴급 귀국명령을 내리는 한편 미국인 대상의 테러에 대한 철저한 응징을 다짐했다.

▽알 카에다 ‘추가 테러’ 경고 후 예멘 폭탄테러=런던에서 발행되는 사우디 주간지 ‘알 마잘라’는 알 카에다 훈련소 사령관 아부 모하메드 알 아블라이라고 신분을 밝힌 사람이 e메일을 통해 “이번 테러가 알 카에다의 소행이며 추가 테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13일 보도했다. 이 e메일은 “알 카에다는 걸프지역 및 아라비아반도의 도시들에 엄청난 양의 무기와 폭약을 비치하고 추가 공격을 준비 중”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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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엔 예멘의 수도 사나에서 200km 떨어진 지블라 지역의 한 법정에서 폭탄이 터져 판사 1명이 중상을 입었다. 폭탄테러가 발생한 법원은 지난해 발생한 미국인 선교사 피살사건과 관련해 알 카에다 요원 1명이 이달 10일 사형선고를 받은 곳이다.

또 아프리카 사하라사막에서 유럽관광객 17명을 2개월여간 인질로 잡았던 알제리 이슬람 과격단체가 알 카에다와 연계돼 있다고 알제리 군 당국이 이날 밝혔다.

▽“테러 반드시 응징”=미 국무부는 13일 리야드 주재 미국 대사관원 중 필수요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외교관과 가족에 대해 귀환령을 내리는 한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을 리야드에 급파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번 테러와 관련해 “누구든 미국 시민을 공격하면 반드시 추적, 심판할 것”이라며 “테러리스트를 은닉 비호하면 역시 테러리스트로 간주해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우디 정부 내 동조자?=미국과 사우디 당국은 이번 테러를 사전에 알고 있었지만 막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 국무부는 이미 1일 사우디에서 미국 관련 시설에 대한 테러 조직의 공격 준비가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다고 경고한 것으로 외신이 전했다.

또한 사우디 경찰은 6일 리야드의 한 아파트에서 테러 모의에 나선 몇 명을 체포하고 무기를 적발했으나 달아난 테러분자들은 검거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BBC방송은 “사우디 경찰의 은밀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테러분자들이 도주에 성공한 것은 사우디 내무부에 알 카에다 동조자가 있다는 의혹을 일게 한다”고 전했다.

BBC방송은 “사우디가 이라크전쟁에서 미군 주둔을 거부했고 미군 철수를 관철해 테러의 표적이 될 이유가 없었다”며 “그러나 알 카에다는 미군 철수 후에도 남는 수만명의 미국인 등 서방인까지 모조리 몰아내기 위해 테러를 자행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BBC방송은 “이번 테러의 배후세력은 결국 (사우디) 정권을 노리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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