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최고행정관 브레머 임명, 가너 지지한 럼즈펠드 ‘쓴잔’

  • 입력 2003년 5월 7일 18시 11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6일 이라크 최고 행정관에 직업외교관 출신이자 대(對) 테러 전문가인 폴 브레머 전 대사(61)를 임명했다.

브레머 신임 행정관의 임명으로 과거 행정관으로 임명됐던 제이 가너 국방부 이라크 재건인도지원처장과 잘마이 칼릴자드 백악관 이라크 특사는 브레머 행정관의 지휘를 받아 전후 복구와 과도정부 수립의 임무를 각각 나눠 맡게 된다.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임명 사실을 발표하면서 브레머 행정관을 자신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중간에 앉혀 럼즈펠드 장관의 손상된 체면을 배려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그동안 럼즈펠드 장관은 예비역 중장인 가너 처장, 반면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브레머 전 대사를 각각 밀면서 힘을 겨뤄왔다.

파월 장관은 지난달 말 의회 청문회 도중 국방부 관리가 이라크 새 정부 선출을 감독할 것임을 시사하는 조직표를 보고 “그건 최근 것이 아니며 며칠 내로 더욱 부정확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자 럼즈펠드 장관은 “가너 처장은 이라크를 위해 정말로 굉장한 일을 하고 있으며 이에 반하는 어떤 제의도 사실이 아니고 불순한 것”이라는 성명을 이례적으로 냈다. 럼즈펠드 장관은 “백악관에서 어떤 발표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으나 이날 그가 지켜보는 가운데 브레머 행정관이 임명됐다.

브레머 행정관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대 테러담당 무임소대사 출신으로 23년간 국무부에서 일했다. 퇴직 후에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컨설팅회사에 합류했다가 1999년 하원에서 전국테러위원회 의장에 선출된 뒤 2000년 6월 의회 증언을 통해 진주만공격과 같은 대규모 테러 위협이 있다고 9·11 테러 가능성을 사전 경고한 바 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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