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저하 부대 이탈…'공화국 수비대' 그렇게 무너졌다

  • 입력 2003년 4월 13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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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명에 가까운 최정예 부대로 알려졌던 이라크군의 ‘자존심’ 공화국수비대. 바그다드를 사수하는 게 임무였던 이들은 예상을 깨고 너무나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AFP통신은 영국 BBC 라디오 방송에 12일 출연한 한 익명의 공화국수비대 장교의 말을 인용, 그 이유를 싸우기도 전에 이미 와해돼 버린 군의 명령 체계와 사기 저하에서 찾았다.

이 장교는 “폭우처럼 쏟아지는 미군의 폭격을 피해 병사들이 하나둘씩 무기를 버리고 달아났다”며 “나는 상관으로서 이들을 붙잡거나 막지 않았으며, 그렇게 하라는 상부 지시를 받지도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왜 싸워야 하는지, 전황은 어떤지, 향후 전투 계획은 무엇인지 알려주고 명령을 내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만약 누군가 사담 후세인 대통령에게 ‘우리의 전투력으로는 미군을 대적할 수 없다’고 했다면 그는 당장 처형됐을 것”이라고 전쟁 직전 분위기를 전했다.

공화국수비대가 시가전을 벌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는 가족과 재산이 있는 바그다드에서 싸우고 싶지 않았다”며 “전투로 모든 것이 파괴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라크군 수천명이 게릴라전을 준비하기 위해 시민 속에 잠적해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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