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잃을라" 꼬리내리는 러시아…푸틴 "美와 협력할 것"

  • 입력 2003년 4월 4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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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침공에 반대해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해 오던 러시아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지도자들은 미국과의 관계 복원을 희망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3일 “유엔을 통한 사태 해결이라는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미국과 협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국내의 팽배한 반미 감정에 대해 “심정은 이해하지만 결정을 내릴 때 감정은 도움이 안 된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이고리 이바노프 외무장관도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만나 “이라크 사태는 희생자를 최소화하면서 이른 시일 안에 해결돼야 한다”고 말해 미국의 침공을 현실로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러시아는 그동안 즉각적인 전쟁 행위 중지를 미국에 요구해왔다.

이러한 러시아의 변화는 미국과 계속 대립할 경우 전후에 받게 될 불이익이 클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전후 이라크 복구 사업과 석유개발 참여에 반전 주도 국가들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쿠르나 등 이라크 내 5곳의 유전개발을 추진해온 러시아로서는 자칫 이들 사업에 대한 기득권마저 잃게 될 위기에 몰린 것이다.

이라크 유전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러시아 석유회사 자루베지네프트사의 니콜라이 토카레프 사장은 언론과의 회견에서 “사업이 중단되면 우리 회사의 손해만 1억8000만달러(약 2257억원)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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