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경제 '사스 쇼크']'세계의 공장' 중국 생산 위축

  • 입력 2003년 4월 3일 1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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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중국발(發)’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공포가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가 이라크전쟁에 이어 또 한번 연쇄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비즈니스 허브인 홍콩과 싱가포르의 경제가 위축되고,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제조 활동이 영향을 받을 경우 주요 다국적 기업의 영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

▽주요 기업 직원 철수 러시=미국 P&G사와 일본 브라더공업은 2일 중국 광둥(廣東)성에서 직원 가족을 철수시키기로 결정했다. 혼다자동차도 “공장은 예정대로 가동하지만 긴급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15일 시작되는 ‘광둥국제박람회’에는 각국 바이어들의 참가 취소 통보가 잇따르고 있다.

모토로라는 싱가포르 현지공장을, 휴렛팩커드는 홍콩 사무소를 폐쇄했다. 인텔은 1000여개의 협력업체와 고객사 등이 참가해 타이베이(臺北)와 베이징(北京)에서 열릴 예정이던 2개의 콘퍼런스를 취소했다.

▽기업 영업 활동 휘청=가장 직접적인 타격은 여행 및 항공업계에 미치고 있다. 세계 1위 항공사 아메리칸항공은 인건비를 20% 축소했으며 네덜란드의 KLM항공은 직원 수천명의 감원계획을 공표했다. 캐나다 국적 항공사인 에어캐나다는 1일 ‘국제적 상황에 따른 매출 격감’을 이유로 파산을 신청했다. 아시아지역 항공사 중 수익성이 높은 업체로 평가되는 싱가포르항공은 홍콩 노선의 항공편을 37% 줄이고 대만 가오슝(高雄)과 일본 히로시마(廣島)노선 운항을 전면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서의 영향으로 인해 제조업에 연쇄적인 파장이 미칠 것도 우려된다.

광둥성은 복사기와 프린터 세계 수요의 60% 이상을 공급하고 있으며 광저우(廣州)와 선전(深(수,천))을 잇는 주장(珠江) 삼각주에는 전기 자동차 섬유 업종의 위탁제조공장이 밀집해 있다. 이 지역의 프린터기판 생산량이 줄어들면 이곳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각국의 컴퓨터 및 휴대전화기 제조업체의 가동률이 연쇄적으로 차질을 빚게 된다. 합성수지 제품 가격도 이라크전쟁의 영향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데 사스 공포로 추가 상승해 제조업체의 채산성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경제 전망치 하향조정=골드만삭스는 사스로 인해 이번 분기에 홍콩 싱가포르 대만 태국에서 각각 0.7%, 0.5%, 0.3%, 0.2%포인트씩 당초 예상보다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프랑스계 투자은행인 BNP파리바 페레그린은 올해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률이 0.4∼1.5%포인트가량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5.1%에서 4.5%로 하향조정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세계 곳곳 급속 확산▼

확산되고 있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비상이 걸린 관련국들은 각양 각색의 대책을 내놓으며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에 이어 가장 큰 감염 피해를 본 홍콩 정부는 6일까지로 정한 휴교령 기한을 부활절 방학이 끝나는 21일까지로 연장한다고 3일 발표했다.

그러나 홍콩의 공립병원들은 연일 쏟아져 들어오는 사스 환자들로 수용 능력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으며 유나이티드병원 의료진 10여명이 추가로 사스에 감염됐다.

태국 정부는 중국 홍콩 등 사스가 발생한 국가에서 온 국제선 승객 전원에 대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어긴 사람은 최고 1만바트(약 28만원)의 벌금 또는 6개월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겠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도 보건 비상 사태를 선포했으며 말레이시아는 이날 사스 감염 국가에서 입국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고용 금지령을 내렸다.

중국과 함께 민간외교 행사를 준비 중이던 뉴질랜드 주최측은 아예 중국측 참가자들에 대한 숙소 및 교통편 제공을 거부, 뉴질랜드 웰링턴 주재 중국 대사가 이에 강하게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졌으며 양국간 외교 갈등 기류마저 감지되고 있다.

이스라엘도 홍콩과 중국, 베트남 주재 외교관 가족을 본국으로 철수시키기로 결정했다.

또 우크라이나 야당 의원들은 홍콩을 방문할 예정인 레오니트 쿠치마 대통령이 귀국시 의료검진과 함께 격리조치를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한편 지금까지 감염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온 남미 브라질을 비롯해 이스라엘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사스 증세를 보이는 첫 번째 환자들이 나와 위생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3일 현재 세계 20여개국에서 2400여명이 감염 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8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외신 종합 연합

▼사스(SARS)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의 약자. 2002년 11월 중국 광둥(廣東)성에서 처음 환자가 발생했다.

‘괴질’로 불리다 2월 26일 베트남 하노이 병원에 입원한 환자부터 이 같은 병명이 부여됐다. 아직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2∼6일간의 잠복기 후 고열 마른기침 호흡곤란 등의 주요 증세가 나타나며 중환자가 될 확률은 10%, 치사율은 4%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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