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爭/개전8일 전황]공화국 수비대 3000여명 전격 南進

  • 입력 2003년 3월 27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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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엿새 동안 맹폭을 피해 웅크리고 있던 바그다드 일원의 이라크 정예부대가 개전 7일째인 26일(현지시간) 대규모 이동을 시작했다. 지상전 양상의 큰 변화를 예고하는 것.

바그다드 남쪽 70㎞지점에 분산 배치된 채 미 보병3사단과 나흘째 대치해 온 공화국수비대 마디나 사단의 장갑차 등 수백대가 이날 새벽 거센 모래폭풍 속에서 전격적으로 남진했다.

거의 동시에 바그다드 시내에 있던 특별수비대 요원을 포함한 공화국수비대 병력 3000여명도 남동쪽 거점 도시인 쿠트를 향해 이동했다.

미군은 처음으로 대로(大路)에 나타난 공화국수비대 행렬에 수시간 동안 공습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라크군 대변인은 공화국수비대가 이날 새벽 연합군 장갑차 6대를 부쉈으며 수많은 연합군 병사가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미군 지휘부는 이라크 정예부대의 이동을 이라크군의 주요한 전략 변화로 해석하고 있다. 즉 바그다드 외곽 70㎞가량을 마지노선으로 삼는 기존 전략 대신 그보다 훨씬 남쪽에서부터 연합군의 보급로 곳곳을 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는 것.

이날 공화국수비대의 이동 목표로 추정되는 나자프(바그다드 남쪽 136㎞)와 쿠트는 바그다드로 이어진 2개 진격로 상의 거점 도시. 나자프를 통과하는 서쪽길은 미 보병3사단, 쿠트를 통과하는 동쪽길은 미해병대가 진격하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 공화국수비대가 직접 나서서 이 두 도시 인근에서 강력한 방어축을 형성, 연합군의 바그다드 인근 추가 접근을 막겠다는 것.

또 바스라-나시리야-나자프-카르발라로 이어지는 400㎞ 이상의 진격로 곳곳의 주요 도시에서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는 비정규군에 공화국수비대 등 정규군이 가세, 연합군의 보급로를 공격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그러면 연합군은 진격하고 나서도 항상 뒤쪽이 불안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연합군도 이에 따라 당초 전략을 수정, 바그다드 전투를 준비하던 병력의 일부를 남부지역으로 돌리고 있다.

이날 나자프에서는 격렬한 전투가 사흘째 이어졌다. 당초 인구 10만명의 나자프는 미군의 점령 대상이 아니었으나 남아 있던 민병대 등이 미군 선봉대의 후방을 계속 공격함에 따라 미군은 유프라테스강 다리 3개를 확보한 채 전면 봉쇄하고 있는 것. 미군은 사흘간 교전에서 이라크군 1000명을 사살했으며 현재 1000명가량의 민병대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남부 나시리야 부근에서는 미군 병력간에 오인 사격이 발생, 37명 이상이 부상하고 미군 차량 6대가 파괴됐다.

바스라에서는 영국군이 이날 변두리 지역까지 진입, 시 외곽으로 나가던 이라크군 탱크와 장갑차량 등 100대를 공격했다. 또 25일 시작된 무장봉기의 여파로 26일 바스라대학 등 시내 곳곳에서 일부 주민들과 사담 페다인 민병대간에 치열한 육박전이 벌어졌다고 이라크반체제 인사들이 26일 주장했다.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통제지역에는 이날 이탈리아에 주둔해 있던 미 육군 제173 공수여단 병력 약 1000명이 낙하산을 타고 투입됐다. 곧 북부에도 지상전 전선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 국방부는 26일 바그다드 민간인 주택지역이 미사일에 맞아 14명이 숨진 것과 관련, 폭격 사실을 시인하면서 “9개의 이라크 지대지 미사일 발사대를 폭격했으나 미사일 발사대가 일반 주택에서 10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고 밝혔다.

중국 신화통신은 지난 1주일간 바그다드 공습으로 민간인이 최소한 30여명 사망하고 400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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