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爭]미군 포로-시체 공개에 美대륙 충격

  • 입력 2003년 3월 24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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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의 거센 응전으로 미영 연합군의 피해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라크가 아랍어 위성방송 알 자지라를 통해 미군 포로와 시체의 모습을 내보내자 미국이 충격에 휩싸였다.

많은 미국인들은 1993년 소말리아 군중이 미군 병사들의 시체를 수도 모가디슈 거리에서 끌고 다니던 화면을 본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알 자지라는 23일 이라크TV가 촬영한 것이라며 미군 시신과 포로들의 모습을 방송했다.

방송 화면에는 최소 5명의 미군 시신이 시커멓게 타고 핏자국이 낭자한 상태로 임시 시체안치소에 방치돼 있는 모습 등이 잡혔다.

이라크측은 이들이 미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인 남부 나시리야에서 사살됐다고 말했다.

완전군장을 한 상태로 헬멧까지 쓴 한 병사의 시신이 고속도로변에 누워 있는 모습도 방영됐다.

방송은 이어 영어를 쓰는 5명의 병사들이 공포에 가득찬 표정으로 이라크TV 방송의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을 내보냈다. 각각 미국 뉴저지와 텍사스 출신이라고 밝힌 병장 한 명과 여성 병사는 심한 부상을 한 듯 보였다.

방송이 나간 뒤 미국에서는 미군 포로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와 이라크에 대해 미군 포로를 적절하게 대우하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뉴멕시코에 사는 한 여성은 “화면에 잡힌 포로 중 아들이 끼어 있었다”며 “제발 내 아들을 살려달라”고 울부짖었다.

미군 실종자(MIA)들의 가족들은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들, 딸의 사진을 내보이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당신의 아들이나 딸이라면 이라크에 보냈겠느냐”고 울먹였다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군에게 포로로 붙잡혀 온갖 학대에 시달렸던 미국인들의 증언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당시 구타를 당한 것은 물론이고 수갑을 차고 눈을 가린 채 잠을 잤으며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하고 설사와 구토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23일 “미군 전쟁포로를 잘못 대우하는 이라크인들은 ‘전범’으로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이라크가 미국인들에게 ‘모가디슈의 악몽’을 떠올리는 전술을 쓰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당시 TV 방영을 계기로 결국 미군이 소말리아에서 철수했기 때문.

그러나 미 중부사령부 존 아비자이드 장군은 “이라크가 미군 포로들을 방송으로 내보낸다고 해서 우리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미국 국민의 의지가 희석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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