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한 이라크 병사들이 남긴거라곤…

  • 입력 2003년 3월 24일 15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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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은 미군 제937 기술병과 부대의 종군기자가 23일 전투가 막 끝난 이라크 중부 나자프에서 보내온 르뽀기사를 타전했다. 다음은 요약.

검게 그을고 쇠가 대부분 녹아 버린 차량 속, 타다 남은 채 뒹굴고 있는 갈비뼈 조각만이 차안에 있던 이라크 군인이 남긴 전부였다.

23일 이라크 중부 나자프 인근 황무지. 미 제3보병사단이 7시간 여의 교전 끝에 이라크군을 괴멸시키고 북상한 직후 미군 제937 기술병과 부대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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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양 옆 평원 위 곳곳에 나뒹굴어진 이라크군 차량들에서는 여전히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건 공정한 싸움이 아닙니다. 기관총 한 자루 장착한 SUV(레저용 차량)로 M1탱크에 맞설 수는 없는 겁니다. 그냥 항복해 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눈앞에 펼쳐지는 참혹한 장면에 기술병과 부대의 마크 힐덴브랜드 사령관도 고개를 떨궜다.

쓰러져 있는 이라크 병사 시신들 중에 정식 군복을 입고 있는 시신은 없었다. 맨 발이 그대로 드러난 샌들, 조야한 플라스틱 헬멧…. 병사들간에 공통된 착용구라고는 검은 베레모와 배지뿐이었다.

주인 잃은 작은 참호 속에는 담요 한 장과 가방이 있었다. 담요 한 장으로 사막의 밤 추위를 견뎌야 했던 것. 가방 속에 담긴 식량은 생고기 한 점이 다였다. 자녀들로 보이는 두 아이의 사진도 들어 있었다.

"미안하고 슬픈 마음 밖에는 안드는군요. 이번 전쟁은 이라크 사람들을 상대로 한게 아니라, 오로지 한 사람(사담 후세인대통령)을 상대로 한 싸움인데…." 힐렌브랜드 사령관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참혹한 전장 보도…알 자지라 홈페이지 한때 마비▼

미영 연합군의 공격을 받은 이라크와 민간인들의 참상을 집중보도하면서 세계여론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24시간 아랍어 위성 뉴스채널 알 자지라의 홈페이지가 한때 마비됐다.

알 자지라가 보도한 전쟁의 참상

24일 오후 알 자지라의 홈페이지(http://www.aljazeera.net)에는 '접속자가 많아 연결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에러 메시지가 떴다.

알 자지라 방송은 이번 이라크전에서 유일하게 바그다드 지역의 모습을 생중계를 하면서 미국 CNN, 영국 BBC와 맞서 전쟁의 잔혹성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네티즌들도 "국내 방송에서는 CNN 화면만을 동시통역으로 보도하는 것은 불공정한 방송"이라면서 알 자지라의 홈페이지 주소를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놓고 있다.

알 자지라 홈페이지에는 "세계는 지금 이라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또 진실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지난 22일 아라크 남부 바스라에서 미군의 공격으로 머리가 반쯤 날아간 채 죽은 12살짜리 어린이의 끔찍한 모습이 소개되기도 했다.(이 사진은 너무 참혹해 화보에 포함하지 않았다)

최건일 동아닷컴기자 gaego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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