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이라크戰이 기회"…지지율 만회 노려

  • 입력 2003년 3월 11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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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사진) 일본 총리가 주가 폭락과 북한 핵위기 등 내우외환으로 지지율이 더 하락하자 돌파구를 이라크전쟁에서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10일 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대(對)이라크 수정 결의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결의안 채택을 위한 외교활동도 약속했다. 프랑스 러시아 등의 반대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부시 대통령에게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이어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인 칠레의 리카르도 라고스 대통령,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과 각각 전화회담을 갖고 결의안 채택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 일본 국민의 85%가량이 이라크 공격에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도 고이즈미 총리가 앞장서서 미국 지지를 표명한 것은 그만큼 그가 다급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해 9월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지지율이 한때 70%를 훌쩍 넘었다. 하지만 정상회담 직후 납북 생존자 가족의 일본 귀환 문제로 북한에 대한 국내여론이 악화되면서 북풍 효과는 사라졌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 움직임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북-일 관계의 긴장이 오히려 고조되고 있다. 게다가 경제위기설까지 겹치면서 지지율이 45%선까지 추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전쟁 지지는 국면전환을 통해 ‘눈앞의 지지율보다는 국가 이익을 중요시하는 큰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의도라는 게 일본 언론들의 분석이다.

전쟁이 미국의 승리로 끝날 것에 대비해 이라크 원유를 안정적으로 수입할 권리를 확보하고, 앞으로 이합집산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동지역에서의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려 한다는 것.

또 지금은 대다수 국민이 전쟁을 반대하고 있지만 자위대가 이라크 현지에서 난민 지원과 복구 활동을 벌이는 모습이 소개되면 여론도 우호적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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