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아號 공중폭발]"생애 처음 본 끔찍한 모습" 경악

  • 입력 2003년 2월 2일 19시 20분


“느닷없는 천둥소리, 그러나 하늘은 맑았다. 번쩍이는 잔해가 맑은 하늘에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1일 발생한 미국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공중 폭발 참사는 주말의 느긋함을 즐기던 지구촌에 섬뜩한 충격을 던졌다.

○…공중 폭발한 컬럼비아호의 잔해와 파편은 미 텍사스, 루이지애나주 등 수백㎢에 걸쳐 떨어졌다. 텍사스주 캠프시의 치과의사 제프 핸콕은 “30㎝ 길이의 금속 파편이 병원 지붕을 뚫었다”고 말했다.

불에 탄 시신과 길이가 1m나 되는 잔해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루이지애나주 햄필의 한 병원 관계자는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끔찍한 모습도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반면 텍사스 검찰 당국은 이날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 컬럼비아호 잔해를 판매한다는 내용이 오르자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조사에 착수했다.

○…TV화면에 잡힌 컬럼비아호의 비행궤적은 한 줄의 흰 연기로 이어지다 폭발시점으로 추정되는 순간부터 여러 갈래로 흩어졌다.

고도 65㎞의 상공에서 폭발했는데도 텍사스 동부 주민들 이외에 인근 루이지애나주 주민들까지 폭발음을 들을 수 있었다.

텍사스주 캠프시 주민 밥 멀터는 “토네이도가 몰아칠 때와 같이 크고 강렬한 소리와 함께 집이 오랫동안 흔들렸다”며 “하늘을 보니 뭔가가 나선형을 그리며 지나갔다”고 말했다.

○…이날 숨진 우주인 7명은 16일간의 우주 체류 기간에 2개 팀으로 나뉘어 생물학 의학 자연과학 기술 등의 분야에서 59∼80종류의 연구를 실시했으며 대부분의 실험은 넓은 화물실 안에 있는 ‘기압이 유지되는 실험실’에서 이뤄졌다.

실험 대상은 암 세포, 균(菌), 설치류 동물, 거미, 벌, 누에 등이며 우주인 자신들도 실험대상이었다. 이들은 궤도에서의 심리 변화를 측정하는 감지기를 부착하고 있었다.

○…이라크 공보부의 한 관리는 “컬럼비아호 참사는 ‘알라의 복수’”라고 주장. 이 관리는 CNN 방송을 통해 이스라엘 최초의 우주비행사 일란 라몬 대령도 함께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라몬은 1981년 이라크 원자력 발전소 폭격에 참가했던 인물”이라면서 이같이 주장.

한편 숨진 인도 출신 칼파나 촐라 박사가 우주인으로서의 꿈을 키운 인도 북부 하르야나주 카르날시에서는 주민 수백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인도 출신 첫 우주인이었던 고인을 추모.

○…우주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일본은 이번 참사로 일본도 참여하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 건설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

일본은 3명의 일본인 우주인들이 장차 ISS에서 활동하기 위해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훈련 중이고, 3월에는 다른 우주인 1명이 애틀랜티스호에 탑승할 예정이었는데 이번 사고로 이들의 우주행도 늦춰지게 된 것.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수년전부터 크고 작은 문제점 발견▼

세계 주요 언론들은 2일 “지난 수년간 컬럼비아호의 안전에 대한 경고가 수 차례 있었으나 무시돼 왔다”며 이번 참사가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지의 일요판인 옵서버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전 직원인 돈 넬슨이 지난해 여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보내 1999년부터 수시로 드러난 컬럼비아호, 엔데버호 등 우주왕복선의 안전상 문제점을 지적하며 안전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우주 비행을 전면 중지시켜 줄 것을 촉구했었다고 보도했다.

리처드 블룸버그 항공안전자문위원회(ASAP) 전 의장도 지난해 4월 우주왕복선의 안전 개선 조치가 취소되거나 관련 예산의 집행이 연기된 점을 꼬집으며 “이 분야에 관여한 지난 수년간 요즘처럼 우주왕복선의 안전이 우려된 때는 없었다”고 경고했었다.

미국 의회 회계감사원(GAO)도 지난해 숙련된 기술자들과 전문인력이 부족한데도 NASA는 국제우주정거장(ISS) 건설을 위한 신규 발사계획에만 매달려 우주왕복선 분야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 CNN은 NASA가 2년 전 컬럼비아호의 퇴역을 진지하게 고민했었다고 보도했다. 컬럼비아호가 첫 가동 후 20년이나 지난 오래된 기종이어서 퇴역시킬 것을 검토했으나 이미 예정돼 있던 몇 가지 연구 임무 때문에 제때 퇴역시키지 못했다는 것.

또 CNN은 컬럼비아호가 그동안 적잖은 기술적 결함을 드러냈으며 1999년 9월 이후엔 17개월간 9000만달러의 예산을 들여 대대적인 보수를 받았다고 전했다. 특히 1999년 찬드라 X레이 망원경을 설치한 뒤 이륙 후 수천파운드의 연료가 새어 나와 궤도에서 균형을 잃은 적이 있었으며, 엔진작동을 통제하는 컴퓨터 이상으로 비상 백업시스템이 작동한 적도 있었다는 것. 최근에는 NASA 기술자들이 컬럼비아호의 날개 부분에서 대기권 진입시 발생하는 열을 차단하는 단열 타일 중 일부가 떨어져 나간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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