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복제시대]국내서도 가능…금지법 없어 파문 불씨

  • 입력 2002년 12월 27일 18시 20분


국내에서도 인간복제가 가능한가. 상당수 전문가들은 한국의 배아연구와 동물복제 수준이 세계적이어서 인간복제가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인간복제를 금지하는 법률이 없어 인간복제 파동의 불씨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연구 실태〓국내에서는 가문의 혈통을 중시하는 문화 때문에 출산의학이 유난히 발달해 왔고 불임을 치료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의학적 지식이 축적했다. 사실 세계적으로 인간복제 연구의 첫 테이프를 끊은 곳도 한국이다.

1998년 경희대의료원 불임클리닉 이보연(李普淵) 교수팀이 30대 여성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이 여성의 체세포 핵을 이식해 인간배아 복제의 초기단계 실험을 했다. 세계의 언론들은 이 사건을 ‘인간복제의 출발’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국내 10여개 불임클리닉과 각 연구소에서 치료 목적으로 배아복제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이 기술은 언제든지 인간복제로 이어질 수 있다.

또 1999년 서울대 황우석(黃禹錫) 교수가 소의 복제에 성공한 이후 호랑이 돼지 등의 동물복제에 잇따라 성공했다.

과학자들은 윤리적인 문제 때문에 주저하는 것이지 인간복제가 이들 동물의 복제에 비해 어렵지는 않다고 말했다.


▽법적 규제〓현재 국내에서 인간복제를 금지하는 법안은 없다. 9월 보건복지부가 인간복제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생명윤리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인간복제의 금지에는 찬성하지만 치료용 배아복제의 광범위한 허용을 요구하는 과학계의 반발로 국회에 상정되지 못했다.

내년 초 국회의원 88명이 생명윤리법과 유사한 법률안을 임시국회에 상정할 예정이지만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쳐 관련 법률이 보류돼 이번에도 국회 통과가 불확실하다. 국회에서는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의원간에 의견이 맞서 있는 상황이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伊 안티노리 "여성 3명 임신중"▼

안티노리 박사

클로네이드사와 경쟁적으로 복제인간 계획을 발표해 온 이탈리아의 인공수정 전문의 세베리노 안티노리 박사(56)의 ‘복제 아기들’도 탄생할지 주목되고 있다.

안티노리 박사는 지난달 “첫 복제아기가 내년 1월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에서 태어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복제 태아를 임신한 여성이 임신 33주째에 들어섰으며, 태아는 체중 2.5∼2.7㎏의 남자아기로 보인다”면서 “또 다른 여성 2명이 복제인간을 임신하고 있고 각각 임신 27주와 28주”라고 밝혔다. 임신 중인 산모와 태아는 모두 건강하며 순산 가능성은 90% 이상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안티노리 박사는 이보다 앞서 7월에는 “남성측 불임 원인으로 아이를 갖지 못하던 50쌍의 부부를 복제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18개의 배아를 얻었고 이 가운데 1명이 임신했으며 태아는 잘 성장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배아는 아버지의 조직 복제를 통해 얻었기 때문에 남자아기일 경우 아버지의 유전자를 그대로 복제한 것이 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안티노리 박사는 94년 로마에 있는 자신의 병원에서 인공수정을 통해 63세의 할머니를 임신, 출산케 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세계 대부분 인간개체 복제 금지▼

인간복제에 대해 각국은 어떤 입장일까.

지난해 1월 치료와 연구 목적의 배아복제를 세계 최초로 허용했던 영국은 뒤늦게 인간개체 복제금지 법률안을 제정했다. 미국에서는 인간개체 및 배아복제 모두를 금지하는 법안이 지난해 7월 하원을 통과했으며 상원은 내년 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독일 인도 일본 아르헨티나 브라질 영국 등 24개국이 개체 복제를 금지하기로 합의했으며 현재 유엔을 중심으로 인간복제금지 국제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아예 인간배아를 연구 대상으로 삼는 자체를 금지하고 있으며 일본 호주 오스트리아 덴마크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에서는 연구는 가능하되 인간 배아복제는 금지하고 있다. 스웨덴 이스라엘 등 일부 국가는 치료 목적의 인간배아 복제는 허용하고 있다.

배반포 단계의 복제 배아는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키면 복제아기로 자라나지만 그 전에 내부 세포덩어리를 분리해 내 배양하면 인체의 모든 세포로 자라날 수 있는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 과학계는 이처럼 줄기세포를 얻기 위한 치료 목적의 복제는 인간개체 복제와 다르게 취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러한 치료 목적의 배아복제 문제에 대한 논의를 집중적으로 해 왔고 인간개체 복제 금지 법률은 최근에 들어서야 제정되기 시작했다.

이영완 동아사이언스기자 puset@donga.com

▼외신들 처음엔 반신반의▼

외신들은 ‘복제인간 탄생’ 뉴스를 일제히 보도했으나 비교적 차분하게 다뤘다.

AFP는 27일 오전 10시20분(한국시간) 클로네이드사의 대표 브리지트 부아셀리에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를 가장 먼저 보도했으나 다른 외신들은 이날 밤 공식 기자회견을 보고서야 이를 타전했다. 이는 ‘복제인간 탄생’이 워낙 충격적인 뉴스인 데다 클로네이드사의 능력에 대한 평소의 회의 때문.

뉴욕 타임스는 27일 인터넷판에 ‘종교집단이 첫 복제아기 탄생을 발표한다’는 제목으로 이를 보도했다. 타임스는 기사 첫머리에 “우주인이 인간을 복제했다고 주장해 온 종교집단(sect)이…”라는 표현을 달아 클로네이드사의 발표를 전적으로 믿지 않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타임스는 다만 “동물복제 전문가들이 인간복제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진 않다고 말해 왔다”고 전했다.

AP, DPA통신 등도 “복제 생명체 탄생은 아직 인간은 물론 원숭이에게서도 성공한 바 없다”고 지적하고 “클로네이드사의 복제 능력에 의문을 갖고 있는 많은 과학자들은 이번 발표가 관심을 끌기 위한 ‘선전’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일간 요미우리신문은 아예 ‘복제 여아 탄생’이라는 기사제목에 물음표를 달기도 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AFP의 기사를 인터넷판에 그대로 실으면서 그동안 실시해 온 인터넷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인간복제를 금지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3만6881명의 61.2%인 2만2559명이 찬성했다.

로마 교황청은 이날 밤늦게까지도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동안 동물복제를 반대해 온 점으로 미뤄 금명간 강도 높은 반대 성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부아셀리에는 누구▼

클로네이드의 대표이자 라엘리안(Raelians)의 과학 담당 이사를 겸하고 있는 브리지트 부아셀리에 박사(46)는 라엘리안의 핵심 멤버. 프랑스 태생의 화학자로 프랑스에서 2개의 박사학위를 땄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 뉴욕주의 해밀턴 칼리지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다.

그는 스스로 라엘리안의 ‘주교’임을 인정하고 있는데 생식의학 전문가도 아니면서 인간복제에 나선 것은 전도의 목적 외에 불임부부와 동성애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적 의도도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부아셀리에 박사는 98년 아기 복제 대가로 20만달러씩을 받고 약 100명의 불임 고객들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클로네이드에 자금을 지원해 온 미 변호사 마크 헌터가 지난해 지원 철회를 발표하면서 부아셀리에 박사의 인간복제 시도는 벽에 부닥치기도 했다.

그의 인간복제 시도는 또한 미 식품의약국(FDA)의 엄중한 감시를 받아 왔다. FDA는 구체적인 장소를 밝히지 않은 채 부아셀리에 박사의 실험실을 조사하기도 했는데 “부아셀리에 박사가 법적인 결정이 날 때까지는 인간복제를 시도하지 않기로 동의했다”고 말해 최소한 미국 내에서는 인간복제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연합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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