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첫 좌파정권 내각]“이념 접고 경제전문가 전진배치”

  • 입력 2002년 12월 24일 18시 06분


브라질 역사상 최초의 좌파정권으로 새해 1일 출범하는 룰라 다 실바 대통령당선자의 내각 진용이 23일 발표됐다.

두드러진 것은 경제를 책임지는 주요 포스트에 좌파 이념적 지향성보다는 실물경제에 밝은 경제전문가가 주로 발탁됐다는 점. 그리고 대통령 선거 때 연합해 룰라 당선자 진영을 도와준 우파 정당들은 조각 인선에서 매우 홀대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총 26개의 장관직 중 14개가 룰라 당선자의 노동자당(PT)에 돌아갔다.

핵심 포스트의 하나인 무역장관을 비롯한 5개 자리는 기업 총수들과 직업 외교관들로 충원됐다. 중앙은행 총재에도 명망 있는 은행가인 엔리케 데 캄포스 메이렐레스가 지명됐다. 메이렐레스 총재내정자는 다국적 금융회사인 ‘플리트보스턴 파이낸셜’의 글로벌 뱅킹 담당 사장 출신이다.

나머지 6개 장관직은 선거 때 룰라 당선자를 지원해준 다른 좌파 정당들에 돌아갔다. 사회주의민중당 소속 대선후보로 1차 선거에서 룰라 당선자와 경쟁했던 시로 고메즈 후보도 국민통합장관에 임명됐다.

하지만 선거 때 연합을 이뤄 룰라 당선자를 지지해준 우파 정당 연합 중에서는 룰라 당선자의 러닝메이트로 뛰며 중산층의 지지를 호소한 호세 알란세르 부통령 당선자가 소속된 자유당이 운송장관 한 자리를 받는 데 그쳤다.

룰라 당선자는 환경부장관에 아마존 밀림 출신의 여성 환경운동가 마리나 실바를 내정한 데 이어 문화부장관에 팝스타인 길베르투 질을 임명했다. 질 장관내정자는 ‘반문명열대림화 운동’의 창시자로 1960년대 브라질 음악의 ‘혁명’을 도모한 음악운동가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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