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탈레반 축출 불구 여성탄압 여전

  • 입력 2002년 12월 18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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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축출된 지 1년이 지났어도 구시대적 여성탄압이 사라지기는커녕 아프간의 상당수 지방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뉴욕에 본부를 둔 ‘인권감시(HRW·Human Rights Watch)’는 17일 보고서를 통해 “탈레반 정권 붕괴 이후 여성의 취학과 취업이 허용되는 등 아프간 여성권익이 다소 높아지곤 있지만 상당수 지방에서는 탈레반 시대에나 볼 수 있었던 일들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HRW는 “특히 서부 헤라트 지역을 통치하고 있는 이스마일 칸은 탈레반 치하 때와 비슷한 여러 통제 제도를 만들었으며 그 결과 경찰이나 공무원들은 여성들의 의복 언행 생각 등 모든 것을 간섭하고 통제할 권리가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지역에서 종교적 성향이 강한 청년들로 조직된 ‘청년 경찰’은 거리에서 여성이 남자와 이야기하는 현장을 발견하면 무조건 병원으로 끌고 가 처녀성 검사를 받게 한다는 것. 심지어 택시운전사에게 대꾸한 소녀마저 강제로 처녀성 검사를 받았다고 이 단체는 주장했다.

이 밖에 일부 지방에서도 경찰이나 군인들이 여성의 음악청취를 금지하고 여성 탄압의 상징처럼 서방에 비쳤던 전통 의상 ‘부르카’(사진)를 다시 입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것.

또 카불 근교에서만도 최소한 5곳의 여학교가 불에 타거나 로켓탄 공격을 받은 것으로 보고됐다.

HRW는 “미국 등 서방국들은 탈레반 정권 축출의 당위성 중 하나로 가혹한 여성 탄압을 꼽았었다”며 “미국의 막대한 원조를 받고 있는 지방 지배 세력들이 쫓겨난 전 정권의 비정(秕政)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개탄했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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