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황사프로젝트 가동]‘동북아 대재앙’ 원인-대책 찾는다

  • 입력 2002년 12월 10일 17시 44분



《‘동북아시아의 대재앙’으로 불리는 황사의 원인을 찾고 근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한중 황사문제 공동조사 연구단’이 10일 출범했다. 21세기평화재단·평화연구소의 ‘황사와 한중협력’기획에 따라 한국과 중국의 황사 전문가 12명으로 구성, 이날 공식 출범한 황사 연구단은 최진호(崔鎭昊) 아주대 교수와 중국 국가발전계획위원회 국토개발 및 지구경제연구소 두핑(杜平) 소장이 공동 단장을 맡았다. 중국 국가발전계획위원회는 국토의 종합 개발 및 경제 발전 계획을 기획·입안하는 국가정책연구기관이다. 연구단에는 한국에서 주성재 경희대 교수 등 7명, 중국에서는 국토개발 및 지구경제연구소 왕칭윈 박사 등 5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조사계획 어떻게▼

‘황사와 한중협력’기획은 한중 수교 10주년을 맞아 최근 두 나라의 공동 관심사로 떠오른 황사 문제의 원인을 다각도로 조사하고 그 해결책을 찾는 한중 공동 프로젝트다. 올들어 한반도에도 11년 만에 가을 황사가 불어오는 등 황사는 그 규모와 출현 빈도가 늘어나고 있으며, 피해도 더욱 커지고 있다.

황사 연구단은 지금까지 대기 과학 차원에 머물던 황사 연구의 폭을 크게 넓혀 기상학, 중국 지리학, 중국 지역개발, 국제 정치학, 환경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한중 전문가들이 참여해 황사의 원인과 해결책을 연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구단은 새해 2월 중국 내몽고 지역의 사막과 황토 고원 지대, 베이징 동북부의 커얼친 사막 등 주요 황사 발원지를 현지 답사해 사막화 현상의 실태를 파악하고, 황사의 자연·사회·경제적 원인을 다각도로 규명하기로 했다. 또 중국 란저우(蘭州) 사막연구소와 깐수성(甘肅省) 지역의 사막화 방지 사업 현장을 방문해 현지의 황사 대응책도 살펴본다. 연구단은 내년 4월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국제 황사 학술회의를 개최하며, 모든 연구 결과는 9월에 종합 보고서로 펴낼 계획이다.


공동 단장인 최진호 교수와 두핑 소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앞으로 황사 문제는 물론 두 나라의 여러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양국 협력 사업의 모델이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동북아 지역의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21세기평화재단·평화연구소는 각종 학술 문화 사업과 민간 교류를 통해 한반도의 화합과 번영을 촉진하고 세계 평화와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2000년 4월 창립된 공익재단이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황사피해 실태▼

중국과 몽골의 황토 지대에서 강한 바람이 불면 흙먼지는 하늘 높이 올라갔다가 바람을 타고 한반도와 일본 상공까지 이동한다.

이 흙먼지가 천천히 내려오는 것이 ‘황사’다. 북태평양으로 유입되는 황사 먼지는 총량이 약 2000만t에 달한다. 아시아에서 만들어진 황사는 태평양 너머 미국까지 날아간다.

황사의 주요 발원지는 연강수량 400㎜이하로 사막이 대부분인 서북 건조 지역이다. 이곳에 있는 타클라마칸 사막은 중국 사막 총면적의 52%를 차지하는 최대의 사막(1000㎞×400㎞)이다. 타클라마칸 사막 동북쪽에 있는 고비사막은 연강수량이 30㎜밖에 되지 않는 아주 심한 건조 지역으로 바람이 특히 강하다.

최근에는 중국의 공업화와 지나친 개간으로 사막화 현상이 심해져 황사 발원지가 계속 확장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황사가 1㎞ 밖을 볼 수 없는 거대한 모래폭풍으로 나타난다. 중국에서는 최근 50년간 60회 정도의 모래폭풍이 관측됐다.

한국에서는 매년 3∼5월에 황사가 관측된다. 평상시에는 먼지 농도가 1㎥당 30∼50마이크로그램(㎍·10만분의 1g)이지만 황사가 불면 먼지농도가 10∼200배까지 늘어난다. 황사의 주성분인 규소, 알루미늄, 칼슘, 칼륨, 나트륨의 농도도 크게 올라간다.

황사 피해는 해가 갈수록 점점 커지고 있다. 황사가 일면 햇빛을 차단하고 지구의 복사열을 흡수한다. 황사 먼지 때문에 노인이나 아이들에게서 기관지 질병과 안과 질환이 크게 늘어난다.

또 농작물과 나뭇잎의 기공을 막고 광합성을 방해해 식물 성장이 나빠진다. 항공기 엔진에 황사 먼지가 들어가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며, 반도체 등 정밀 제품의 불량률을 높일 수도 있다.

황사는 동아시아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황사는 대서양을 건너 플로리다반도에서도 몇 차례 관측되었고, 북쪽으로 날아가 유럽에서도 관측됐다.

최근 미국에서는 아프리카에서 날아온 황사가 카리브해의 산호초를 죽이고 있다는 연구가 발표돼 황사 피해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전영신 박사·기상청 기상연구소

▼한-중 공동조사단장:최진호 한국지역학회장▼

한·중 수교 1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황사와 한중협력’ 프로젝트는 여러 면에서 매우 뜻깊은 사업이 될 것이다.

먼저 시간이 흐를수록 폐해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황사 현상에 대해 자연적·사회적 원인, 피해 현황, 생활과 생산 활동에 미치는 영향 등을 폭넓게 연구함으로써 황사에 대한 종합적인 관점을 제시할 것이다. 또 한국 연구진이 중국측 전문가와 함께 체계적인 중국 현지 조사를 벌여 앞으로 황사 문제에 대한 생생한 현장 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황사 문제 해결을 위한 초국가적인 대처 방안도 모색할 것이다.

이번 한중 협력 황사 프로젝트는 대기 과학 차원에 머물러 있던 관심사를 확대해 문제의 해결을 위한 양국간 협력방안을 찾아보자는 데에 의의가 있다. 점점 국제화되고 있는 환경문제에 대한 국제 협력의 모델을 보여줄 것이며,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사안에 대한 국가간 공동 연구 및 사업의 가능성도 탐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 프로젝트가 황사 문제 해결은 물론 동북아 평화에도 기여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한-중 공동조사단장:두핑 국토개발및지구경제연구소장▼

중국 서북부와 화북부 지역은 매우 건조하고 가뭄이 심해 경제가 발전하면서 생태환경 파괴가 심각하다. 특히 황사는 매년 계속 증가하고 있어 주민 생활과 경제활동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곳의 환경을 보호하는 것을 서부 대개발 전략의 추진과정에서 최우선적인 위치에 놓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대규모의 농지를 임야와 초지로 환원시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 계획에서도 황사 문제 해결 방안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중한 수교 10주년을 맞는 시기에 두 나라가 황사 문제를 공동으로 연구하게 된 것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이번 공동 연구 활동을 통해 황사 발생 및 확산 원인과 경제 생활에 대한 영향을 조사하고, 국가의 대응책을 모색할 것이다.

또 중한 양국 전문가들의 공동 연구를 통해 중국과 한국간, 동아시아 국가간 및 국제간에 황사를 방지할 수 있도록 본격적인 교류와 합작 추진의 계기를 만들고, 진일보한 국제간 종합대응전략을 모색할 수 있다. 이번 공동 연구가 관계 기구들의 광범위하고 심화된 합작 관계를 세우는 발단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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