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반군, 러서 800명 인질극

40여명의 체첸 반군들이 23일 밤 9시(이하 현지시간·한국시간 24일 오전 2시)경 러시아 모스크바의 뮤지컬 극장인 문화회관(돔 쿨트르이)에 난입, 700∼800명으로 추산되는 인질을 억류한 채 체첸에서의 러시아군 철수를 요구하며 24일 밤(한국시간 25일 새벽) 현재까지 이틀째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인질극 도중 24일 오후 5시15분(한국시간 밤 10시15분)경 20∼25세가량의 여성 시체가 극장 건물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목격됐다. 러시아 보안국 대변인은 “20대여성이 가슴에 총을 맞고 숨졌다”고 확인했다.

이와 관련, 체첸 반군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24일 새벽 극장 안으로 들어오려던 러시아 여성 첩보요원과 경찰을 각각 사살했다고 발표한 바 있어 앞으로 희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체첸 반군들은 이날 오전 150여명의 인질을 석방한 뒤 오후에도 외국인 1명을 포함, 인질 5명을 추가로 석방하면서 러시아 당국과의 협상을 시작했다.

이들은 “러시아는 7일 내에 체첸에서의 군사작전을 중단하고 병력철수를 개시하라”고 요구하고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인질들과 함께 극장건물을 폭파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질 중에는 외교관을 포함, 미국 호주 오스트리아 영국 네덜란드 독일 등의 외국인 60여명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인질범들은 협상 초기 주요 정치인이나 ‘국경 없는 의사회’, 국제적십자사 등과의 면담을 요구했던 입장을 바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들과의 담판을 원하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극장에서 400m가량 떨어진 지점에 탱크를 배치하고 경찰과 내무부 산하 병력 및 특수부대 병력 1000여명을 동원, 극장 건물을 포위하고 있다.

▼관련기사▼

- 극장 곳곳 폭발물 설치 경찰진입 막아
- 인질극 왜 벌어졌나

푸틴 대통령은 사태 해결을 위해 26일부터 멕시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불참하기로 했으며 보안 관련 장관들에게 “인명 피해가 없도록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또 체첸 출신 국가두마(하원) 의원인 루슬란 하스블라토프는 인질범들의 안전한 제3국행을 약속하고 나섰다.

한편 주러 한국대사관은 인질 중 한국인은 없다고 밝혔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