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예루살렘은 우리의 首都”

  • 입력 2002년 10월 7일 18시 58분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데 대한 반발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의회가 예루살렘을 장래의 팔레스타인 수도로 정한 법률을 통과시킴으로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립이 폭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의회는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에서 특별회의를 열어 최근 미 의회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사실상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데 따른 반발로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이 6일 서명한 이 법안을 곧바로 통과시켰다고 외신들이 7일 전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서명에 앞서 부시 대통령의 법안 서명을 ‘재앙’이라는 극단적 표현을 써가며 비난하고 1967년 중동전쟁 후 ‘이스라엘이 점령했던 지역에서 철수할 것’을 촉구한 유엔 결의를 이스라엘이 지킬 것을 요구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요청에 따라 아랍연맹은 이날 이집트 카이로에서 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으며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서는 팔레스타인 각 단체들이 주최한 규탄시위가 잇따랐다.

이에 따라 예루살렘 지위 문제는 향후 중동 평화협상의 최대 난제로 부상할 조짐이다.

이에 앞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미 국무부의 예산 책정과 관련해 텔아비브 주재 미국 대사관을 즉각 예루살렘으로 옮기고 미국의 공식문서에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명기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된 내년도 대외관계 수권법안에 서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법안에 서명하면서 “예루살렘과 관련된 미국의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미국측의 이 같은 움직임은 부시 행정부를 친(親)이스라엘 정부로 규정하고 있는 아랍권과 이슬람권 전역에 큰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을 양보할 수 없는 영원한 통합 수도로 간주하는 반면 팔레스타인측은 알아크사 사원과 황금돔 사원 등 이슬람 성소들이 위치한 동예루살렘을 장차 출범할 독립국가의 수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1967년 합병한 동예루살렘을 포함해 도시 전체를 통제하고 있어 팔레스타인측의 예루살렘 수도법안은 상징적 의미에 그치고 있지만 이미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의 군사 충돌이 빈번해지고 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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