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美 종교인구, 보수교단 늘고 진보교단 줄고

  • 입력 2002년 9월 27일 18시 10분


미국 교회가 지난 10년새 보수 교단의 교세가 크게 확장된 반면 자유성향의 교단은 신도수가 격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인근 가든 그로브에 위치한 크리스탈 캐시드럴.

미국 교회가 지난 10년새 보수 교단의 교세가 크게 확장된 반면 자유성향의 교단은 신도수가 격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인근 가든 그로브에 위치한 크리스탈 캐시드럴.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소재 글렌메리 연구소(GRC·http://www.glenmary.org/grc/RCMS…2000/release.htm)가 10년에 한 차례씩 실시하고 있는 ‘2000년 종교 교단 및 신도 조사’결과(뉴욕타임즈 9월18일자 보도) 보수 교단의 교세가 크게 확장된 반면 교리해석과 계율 면에서 비교적 자유주의 성향을 가진 장로교회(PCUSA) 등 기성 교단 교세는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사회가 지난 10년간 유례없는 경제 호황을 누리면서 사람들의 의식이 전반적으로 보수화한데다 지난해 9·11 테러로 가정과 신앙 생활의 중요성에 대한 자각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보수교단은 로마 가톨릭 교회. 16.2%가 늘어 성도 수가 미국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6200만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반적인 사회 보수화 경향에다 로마 가톨릭을 믿는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이민자들이 최근 급증한 것도 한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동성애 및 여성 안수를 금지하는 등 대표적 보수 교단인 남침례교도 지난 10년간 4.9%의 증가율을 보이며 성도 수가 2000만명으로 늘어 여전히 미국 내 최대 개신 교단인 것으로 조사됐다. 내적 응집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오순절 교단인 하나님의 성회(AG)도 같은 기간 18.5%에 달하는 높은 증가율을 보여 성도 수가 260만명으로 늘어났다. 모르몬교로 알려진 예수 그리스도 말일성도교회가 지난 10년간 19.3%에 달하는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여 성도가 420만명으로 늘어났다.

이에비해 동성애자 안수를 인정하는 등 교리나 계율면에서 비교적 자유주의 성향을 보이고 있는 장로교회(PCUSA)와 연합 그리스도교회(UCC)는 지난 10년간 각각 11.6%와 14.8%의 감소율을 보여 교세가 가장 크게 위축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장로교(PCUSA) 소속 성도는 310만명선으로 줄어든 반면 가톨릭을 제외한 미국내 기독교 인구는 모두 66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애틀란타 연합교회 정인수 담임목사(47)는 “70년대 자유주의 세례를 받은 베이비 붐 세대가 미국 사회의 주류를 차지하면서 기성 주류 교단을 통해서가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영적인 추구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처음으로 이슬람교에 관한 통계도 집계돼 이슬람교도 숫자가 160만명인 것으로 발표됐으나 이는 미국내 이슬람단체들이 주장하는 700만명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다른 조사들에 따르면 미국내 이슬람 인구는 200만∼800만 명으로 나타나 조사기관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

한편 미국 내 유대교인 숫자는 지난 10년간 2.7% 증가해 610여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 조사는 GRC가 미국종교단체통계협회(ASARB) 후원으로 가톨릭을 포함해 149개 교단이 보내온 자료를 근거로 작성된 것. 과장 보고의 가능성이 있지만 미국내 종교 판도 변화를 밝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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