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핵무기 개발여부 논란

  • 입력 2002년 9월 8일 15시 15분


이라크가 최근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7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98년 보고서에서 이라크가 6개월 내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또 블레어 총리는 "최근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에 따르면 이라크의 핵무기 개발과 관련된 여러 시설에서 새로운 건설공사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IAEA는 두 정상의 이같은 발언은 사실과 다르거나 사실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마크 그로제키 IAEA 대변인은 미 NBC 방송과의 회견에서 98년 보고서는 '이라크가 91년 걸프전 발발 직전에 6∼24개월 안에 핵무기를 개발할 능력을 갖고 있었으나 유엔의 무기사찰과 걸프전으로 인해 이같은 능력의 상당부분을 상실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그로제키 대변인은 또 블레어 총리가 언급한 위성 사진은 IAEA가 아니라 상업적인 위성사진 회사가 촬영한 것으로 특별히 새로운 의혹을 제기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이에 백악관은 IAEA의 보고서에 이라크가 6개월 안에 핵무기를 개발할 능력이 있다는 내용이 없음을 시인한 뒤 미국은 이 보고서 뿐만 아니라 다른 정보 등을 종합해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재개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뉴욕 타임스는 8일 이라크가 지난 14개월 동안 수천개의 알루미늄 관을 수입하려 했다며 미국은 이 알루미늄 관이 농축 우라늄을 원심분리하는데 사용하기 위한 용도였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임스는 "미국 관리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알루미늄 관이 이라크로 운송되는 것을 저지하거나 중간에서 가로챘다고 말했으나 정보의 민감성을 이유로 어디서, 어떻게 이를 저지했는 지에 관해선 언급을 피했다"고 전했다.

미 중앙정보국(CIA)는 이라크가 농축 우라늄을 외국에서 수입할 경우엔 핵무기 개발에 5∼7년이 소요되나 이를 암시장 등에서 조달할 경우 그 기간이 많이 단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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