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업정신‘被爆’…도쿄전력, 原電결함 29건 은폐-허위보고

  • 입력 2002년 8월 30일 18시 32분


29일 기자회견에서 사과하는 미나미 노부야 도쿄전력 사장 - 사진제공 아사히신문
29일 기자회견에서 사과하는 미나미 노부야 도쿄전력 사장 - 사진제공 아사히신문
‘일본 기업들 도대체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됐나….’

미쓰비시 자동차의 자동차결함 은폐사건과 유키지루시식품, 일본햄의 수입쇠고기 위장 사건에 이어 이번에는 공기업 성격의 도쿄전력이 원자력발전소의 결함을 감추고 허위보고한 것으로 29일 드러나 일본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일본 통산성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전력회사인 도쿄전력이 니가타(新潟)현 가시와자키가리와(柏崎刈羽)원전과 후쿠시마(福島)현 후쿠시마 제1, 2원전 등의 원자로 노심 곳곳에 금이 가거나 갈라지는 결함이 발생했는 데도 이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도쿄전력은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최소한 29건의 결함을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결함이 발견된 13개 원자로 가운데 8개 원자로는 아직도 교체 또는 보수가 이뤄지지 않았다.

통산성이 2년 전 내부고발을 받고 조사를 지시했을 당시 도쿄전력은 사내조사에서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사건을 은폐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번 결함 조사 결과 일단 직접적인 원자력 누출 위험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통산성측은 원자력의 안전과 직결된 상황을 정확하게 보고하지 않은 것은 전력회사 관련법 위반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자력발전소 전경 - 사진제공 아사히신문

미나미 노부야(南直哉) 도쿄전력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사죄했지만 일반시민을 포함한 각계에서는 “기업윤리를 지켜야 할 공기업이, 그것도 국민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는 사안을 은폐했다”며 분노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00년 미쓰비시 자동차가 30년간 이중장부를 만들어 자사 자동차의 결함을 숨겨오다가 발각돼 100만대 이상 대량 리콜을 실시했는가 하면 올들어서는 광우병 파동에 편승해 유키지루시식품과 일본햄 등이 수입쇠고기를 국산쇠고기로 속여 정부의 보상을 받는 등 곳곳에서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경단련 등 경제계에서는 기업행동헌장을 개정하는 등 기업윤리확립을 추진하고 있으나 일본 기업들의 윤리의식은 장기불황 속에서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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