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日언론 “나스닥 일본서 철수…20일 공식발표”

  • 입력 2002년 8월 14일 14시 15분


《'일본 등 돌리기'의 시작인가….

미국 나스닥이 일본에서 운영해 오던 나스닥저팬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하자 일본 경제계가 충격에 휩쌓였다. 일본 경제계에서 나스닥 철수는 지난 20여년간 경제대국으로 군림해 온 일본의 '쇠퇴'를 상징하는 중요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나스닥은 최근 수년간 유럽에도 의욕적으로 진출했으나 유럽경제가 좀처럼 회복의 실마리를 보이지 않자 런던, 프랑크푸르트 등 주요 유럽증시들과의 제휴관계를 청산한 바 있다. 》

2년전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마사요시) 소프트방크 사장과 함께 벤처 전문 증권시장 나스닥저팬을 출범시켰던 나스닥이 일본에서 철수하기로 했다고 14일 일본언론들이 전했다. 나스닥은 20일 관계자를 직접 일본에 보내 철수 방침을 공식 발표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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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지주회사격인 나스닥 저팬은 청산되며 나스닥저팬은 '저팬 뉴마켓'으로 명침을 바꾸고 증권거래를 유지하게 된다. 나스닥은 이미 4∼6월 결산에서 나스닥저팬에 대한 출자금이나 대부금 등 24억엔 전액을 손실 처리하면서 관계를 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현재 나스닥저팬에는 스타벅스, E트레이드, 모닝스타 등 미국계 기업을 중심으로 98개 회사가 상장돼 있다. 나스닥재팬의 일일 거래량은 2000년 개장때에 비해 75%나 줄어든 상태이다.

나스닥이 일본에서 철수하기로 한 것은 나스닥 경영악화, 일본정부의 과도한 규제, 새로운 거래체제 구축에 대한 일본 증권업계의 부정적 태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나스닥지수는 2000년 3월 사상 최고치에 비해 74%나 폭락한 상태. 거래량이 크게 줄면서 나스닥의 올 1·4분기 순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5% 하락했다. 나스닥은 경영악화로 인해 일본 철수 뿐만 아니라 범유럽 증시 네트워크인 이스닥과의 통합을 보류했으며 런던증권거래소,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 인수 계획도 백지화했다.

주식 거래에 대한 일본 당국의 과도한 규제도 나스닥이 일본 철수를 결정하게된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 상법이 기업의 주식 발행 규모를 비유동성 자산 규모에 비례하도록 규제함에 따라 나스닥 재팬에 주로 상장된 서비스 기업들은 주식을 대량으로 거래할 수 없다는 불만을 제기해왔다.

이와 함께 나스닥은 나스닥저팬과 함께 미국, 유럽, 일본의 나스닥시장을 연결하는 24시간 거래시스템 도입을 추진해 왔으나 일본 증권업계가 "도입해도 별 효과가 없다"는 등 부정적인 입장을 보임에 따라 등을 돌리게 됐다는 해석도 있다.

이에 앞서 미국계 메릴린치증권도 일본 증시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자 올 초 전국 28개 점포를 8개 점포로 축소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다시 개인부문을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 3개 점포로 통합, 외국계 기업의 '일본시장 등 돌리기' 경향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또 거품붕괴이후 도산기업이 잇따르면서 헐값에 매물로 나오는 기업이나 부동산이 많지만 해외기업이나 투자가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쿄=이영이 특파원 yes202@donga.com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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