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자랑은 파월이 최고

  • 입력 2002년 8월 2일 09시 43분


1일 폐막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의 대미를 장식한 23개국 외무장관들의 장기자랑 대회에서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해보다 한결 향상된 노래와 연기 실력으로 인기를 독차지 했다.

언론에는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폐막연에서 파월장관은 멀티 미디어를 동원한 가상 참모회의를 주제로 한 촌극을 연기했다.

파월은 이 회의에서 중동이나 남아시아 문제보다 '훨씬 중요한' ARF 폐막연 장기자랑 문제를 논의하는데 대형 비디오 화면에는 뉴스캐스터로 분장한 그의 보좌관이 등장, 파월이 지난해 폐막식에서 보여준 엉성한 연기로 국무장관직에서 쫓겨날 것이라고 보도한다.

이어 조지 W. 부시 대통령 역을 하는 배우를 비롯,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줄줄이 비디오 화면에 등장해 음치에 가까운 파월의 노래실력을 꾸짖으면서 미국의 위신을 위해 다시는 ARF 회의에서 노래하거나 춤추지 말 것을 명령한다.

국무부 밖에서는 성난 군중이 파월에게 "노래는 그만 두고 우리의 메시지나 전달하라"고 시위를 벌인다. 파월의 노래에 반대하는 운동은 멀리 해외까지 확산돼 베이징에서는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아세안 회의에서 미국인의 노래에 반대한다"는 결의안을 찬성 2412대 반대 2의 압도적 표차로 채택한다.

지난해 파월이 다나카 마키코 전 일본 외상과 함께 무대 위를 구르는 다소 낯뜨거운 연기에 실제로 불만을 표시했던 그의 아내 알마 역시 전화 목소리로 등장, "집안 망신 그만 시키라"고 쏘아붙인다.

그러나 파월은 굴하지 않고 볼쇼이 발레단원으로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함께 춤추던 옛 시절을 회상하는데 이번엔 진짜 부시대통령이 비디오 화면에 나타나 "제발 이번엔 연습 좀 하고 나가라"고 당부한다.

그러자 파월을 비롯한 참모진은 일제히 일어나 영화 '남태평양'의 주제가 '매혹의 밤'을 '브루나이의 밤'으로 바꿔 "합의에 도달했으면 제대로 지키라"는 가사로 우렁차게 합창한다.

촌극이 끝난 뒤 참석자들은 파월장관이 "정말 잘했다"고 평가했다.

반다르세리베가완(브루나이)〓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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