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전범 카라지치 동화책 냈다

  • 입력 2002년 7월 11일 18시 17분


“‘발칸의 도살자’에게도 동심이 있었다?”

보스니아 내전(1992∼95년) 당시 이슬람계 주민들을 무차별 학살한 ‘인종청소’ 혐의로 구 유고 전범재판소(ICTY)에 기소돼 3년째 쫓기고 있는 보스니아의 라도반 카라지치 전 세르비아계 대통령(57·사진)이 최근 어린이를 위한 책을 썼다.

러시아 에호 모스크바 라디오는 10일 “세르비아어로 쓰인 이 책의 내용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으나 곧 프랑스어와 러시아어 등으로 번역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카라지치는 모두 3권의 책을 구상 중이어서 연말까지 나머지 두 권이 더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그를 추적 중인 서방 측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리처드 바우처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카라지치가 원하는 대로 독서를 하고 책도 쓸 수 있는 공간(감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바우처 대변인은 “미국은 새로운 아동문학가의 탄생을 알리는 홍보여행도 주선해 줄 수 있는데 다만 종착지는 (ICTY가 열리고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카라지치는 서방의 추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주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신 유고연방 대통령이 2000년 10월 민중 봉기로 실각하자 지난해 1월 세르비아를 떠나 잠적했다.

그의 후원자로 철권통치를 일삼던 밀로셰비치 대통령은 이미 ICTY 법정에 넘겨졌다. NATO는 카라지치 체포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흔적도 못 찾고 있다. 그가 성형수술을 통해 얼굴을 완전히 바꿨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왔다. 그의 동생인 루카는 3월 “형은 건강하며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라지치는 누구▼

급진주의적 민족주의자인 그는 90년 세르비아 민주당을 창당했으며 92년 보스니아 내전이 일어나자 세르비아계를 이끌었다. 95년 7월 스레브레니차에서 이슬람교도 7000여명을 집단 학살한 혐의 등으로 그 해 국제전범재판소에 기소됐다.

카라지치는 내전이 끝나고 96년 실각한 후에도 보스니아 내 세르비아계가 세운 스르프스카공화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그를 법정에 세우려는 NATO의 추적이 본격화되자 잠적했다. 작가 출신인 그는 평소 노벨문학상을 받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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