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잉-유럽 에어버스, 신형개발 경쟁 후끈

  • 입력 2002년 4월 29일 18시 04분


‘속도냐, 크기냐.’

차세대 여객기 시장을 놓고 세계 양대 항공기 제조업체인 미국의 보잉과 유럽의 에어버스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영국 경제전문 잡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29일자)에 따르면 에어버스는 555명이 탑승할 수 있는 세계 최대 여객기 ‘A380’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반면 보잉은 비행시간을 이전보다 20%가량 줄인 초고속 여객기 ‘소닉 크루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초대형 대 초고속〓연구개발에 107억달러가 투입된 에어버스의 야심작 A380기는 기내에 헬스클럽 카지노 등을 갖추고 있어 ‘하늘의 특급호텔’로 불린다. 에어버스는 2006년 출시되는 A380기의 예약주문을 이미 150여대나 받아놓은 상태. 에어버스는 2020년까지 A380기를 1500대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으며 800명까지 탑승 가능한 A380 차세대 버전도 개발중이다.

에어버스가 내세우는 A380기의 장점은 항공료 절감. 에어버스는 A380기가 보잉의 대표기종인 747(416인승)보다 승객 한명당 운영비용이 15∼17% 절약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보잉의 소닉 크루저는 250인승으로 규모는 작지만 마하 0.98의 속도로 음속(마하1)에 가까운 속도를 내는 가장 빠른 일반 여객기다. 예정대로 2008년부터 소닉 크루저가 상용화될 경우 아시아∼유럽간 비행 시간이 3시간 이상 단축되며 세계 최초로 런던∼시드니 직항이 가능하다. 에어버스 측은 소닉 크루저에 연료가 30% 이상 더 들어간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보잉사는 연료 효율도를 높인 기술을 사용했기 때문에 비용 상승을 없을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상반된 경영전략〓전문가들은 에어버스와 보잉의 경쟁은 궁극적으로‘중심지(Hub)’와‘주변지(Point-to-Point)’ 전략의 싸움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에어버스는 초대형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한 대도시 공항을 중심으로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 승객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데 반해 보잉사는 지금까지 대형 여객기들이 기착하지 않았던 소도시 지역의 승객을 끌어모은다는 구상이다.

이같이 상반된 양사의 전략은 최근 항공시장의 판도 변화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에어버스는 보잉의 동일 기종에 비해 평균 10% 가까이 낮은 가격을 내세워 최근 2년간 보잉을 물리치고 대형 여객기 수주율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지난해 말 3만명을 감원하고 올 1·4분기 12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경영난을 겪고 있는 보잉은 지난해 기존의 747기를 개조한 500인승 규모의 ‘747X’ 시제품을 내놓았으나 한 대의 예약 판매도 이뤄지지 않자 소닉 크루저를 통해 만회를 노리고 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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