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걸씨 내달2일 美법원 출석 가능성

  • 입력 2002년 4월 25일 18시 32분


미국 로스앤젤레스 남쪽 고급주택가인 팔로스버디스에 있는 김홍걸(金弘傑)씨의 자택은 25일(한국시간)에도 철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전화를 걸면 자동응답기만 돌아갈 뿐이었다. 그러나 홍걸씨도 마냥 잠적해 있을 수만은 없을 듯하다. 당장 미국 현지의 재판 일정이 그를 압박하고 있다.

▽재판 증인으로 나올까〓미국 체류 중인 한나라당 이신범(李信範) 전 의원은 지난해 7월 홍걸씨 등을 상대로 계약위반 및 협박 등의 사유로 오렌지카운티의 연방법원 남부지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홍걸씨는 이 소송과 관련해 다음달 2일 선서 증언을 하게 돼 있다.

증언은 당초 지난달 26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홍걸씨의 요청으로 두 차례 연기됐다. 이 전 의원은 24일 “홍걸씨가 이번 증언을 거부할 경우 법원에 의해 곧바로 증언강제명령을 받거나 앞으로의 재판에서 패배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특히 “내가 승소하면 홍걸씨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 미국 내 그의 자산과 금융거래 명세 등을 합법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며 “홍걸씨는 재판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전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선서증언을 하거나 화해를 통한 해결을 모색해야 할 상황이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의원의 설명과 주장대로라면 홍걸씨는 다음달 2일 증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라고 할 수 있다. 홍걸씨도 증언을 위해 법정통역을 요청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걸씨가 증인으로 나올 경우 원고인 이 전 의원의 변호를 맡은 김재수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오전 10시부터 7시간 동안 증언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리고 법원행정을 대행하는 회사에서 홍걸씨의 증언을 속기와 비디오 촬영으로 기록해 법원에 제출하게 된다.

▽조기 귀국 가능성〓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홍걸씨를 서울로 불러들일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는 홍걸씨에게 조기귀국을 권유할지 여부에 대해 언급을 삼가고 있으나, 여론이 계속 악화될 경우 김 대통령도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이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先)씨에 대한 수사의 막바지 단계에서 홍걸씨의 혐의사실이나 관련사실을 구체적으로 확정한 뒤 피의자나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할 가능성도 있다.

홍걸씨가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경우엔 한미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미국측에 홍걸씨의 신병인도를 정식으로 요청해야 하지만,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김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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