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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4월 14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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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성급한 입장표명은 평소 차베스 정권에 대한 불만이 목까지 차 있었기 때문.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지난해 11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해 “테러에 대해 테러로 싸우는 것”이라는 차베스 대통령의 비난에 격노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인접국 콜럼비아의 좌익게릴라를 지원한 반면 미국은 콜롬비아 정부군에 13억달러의 원조를 주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고유가 체제를 주도하면서 미국의 적인 이란 이라크 리비아 쿠바를 순방한 점도 미국의 비위를 거슬려왔다.
차베스 대통령은 19세기 중남미 대부분의 지역에서 스페인을 물러나게 한 볼리바르 장군을 추종, ‘볼리바리어니즘(Bolivarianism)’을 전파하고 있다. 외세의 압력에 굴복하지 말자는 뜻이어서 미국의 영향력 배제가 바탕에 깔려 있다.
미국이 차베스 대통령 퇴진에 개입했다는 ‘지문’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정권을 고립시키려는 노력의 흔적은 남아 있다.
이번 차베스 대통령 퇴진 투쟁을 주도한 노동자총연맹의 카를로스 오르테가 위원장은 2월 미국 워싱턴을 방문, 국무부 관리들과 접촉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페루에서 베네수엘라의 인근 4개국 정상들과 회담을 개최하면서 차베스 대통령을 배제시켰다.
부시 대통령이 80년대 중남미에서 좌익세력에 대한 전쟁을 배후 지원한 오토 라이시를 의회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무부 중남미 담당 차관보로 임명한 점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