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왜곡교과서 '최신 일본사' 검정통과 파문

  • 입력 2002년 4월 9일 18시 17분


9일 일본의 문부과학성 검정을 통과한 ‘최신 일본사’의 모체는 86년 첫 검정을 통과한 ‘신편 일본사’다. 당시 군위안부 기술을 하지 않는 등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을 결여한 내용으로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교과서였다.

그러나 일본 측이 검정을 통과한 이후에도 이례적으로 4차례나 수정을 하는 등 ‘성의’를 표시함으로써 한국과 중국은 못이기는 척하고 이를 수용했고 그 이후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원래 그런 책’이라는 판단과 채택률이 0.4%도 안 된다는 사실이 무관심의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모임)이 쓴 중학교 역사교과서가 또다시 역사문제에 불을 댕기며 이 교과서의 개정 내용이 관심을 끌게 됐다.

교과서의 일부 내용이 개선된 점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씨조선’의 ‘조선’병기, 임진왜란 당시 도공의 강제연행, 명성황후 암살의 독단성, 토지조사사업의 강제성 등이 추가로 들어갔다.

그러나 개악된 부분도 없지 않다. ‘간토(關東)대지진’에 “극히 일부에서는 조선인을 보호한 사람들도 있었으나”라는 대목이 추가됐고, ‘황민화 정책’ 중 “민족의 자부심에 깊은 상처를 주었다”는 기술은 삭제됐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5월 모임 측 교과서에 25개항, 그 밖의 교과서의 10개항 등 모두 35개항에 대해 수정요구를 했다. 기술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려우나 요구항목 중 ‘군대위안부’에 대한 기술이 이번에도 빠졌고, 3·1운동과 식민지배에 대한 평면적인 기술, 임나일본부설 채택 등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남아 있다.

교과서 출판사 측이 밑지지 않고 생색을 내기 위해 교묘한 방법을 쓴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즉 출판사 측은 현행본을 ‘개악’해 검정을 냈고, 이에 대해 문부성은 수정의견을 제시해 결국은 현행본대로 낙착을 본 대목도 많다. 출판사는 “문부성의 의견을 수용했다”는, 문부성은 “개선을 시켰다”는 주장을 할 수 있으나 한국 측에서 보면 달라진 것이 없는 셈이다.

그러나 이 교과서가 그나마 개선된 것은 이번에 처음으로 ‘조선사 전공자’가 검정에 참가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문부성은 이번에 한국 관련 기술에 “현재의 학설 상황에 비추어 단정에 불과하다”거나 “전체적인 실체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등의 수정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그동안 아무 수정의견 없이 통과돼온 부분에 대해서도 수정의견을 제시한 것도 있다. 앞으로 ‘조선사 전공자’의 역할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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