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2년 3월 21일 18시 08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특별보좌관인 제프리 삭스 하버드대 교수는 20일 기자회견에서 “그동안의 기조가 바뀌어 선진국들이 빈곤국들에 대한 지원 확대에 선뜻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마크 브라운 유엔개발회의(UNDP) 사무국장도 미국과 유럽 등의 지원 확대 공약으로 개발도상국에 대한 전체 원조 규모가 2006년까지 20%(120억달러)만큼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선진국이 지원 확대로 돌아선 것은 지난 10여년간 ‘원조가 아닌 무역(trade not aid)’을 통해서 빈국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던 미국의 주장이 별 효과를 보지 못한데 따른 것. 미국은 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 세계화의 가속화와 함께 자본 이동이 급격히 증가하자 원조보다는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해외자본의 직접투자만이 직업을 창출하고 빈곤을 퇴치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원조 규모는 해마다 감소해 왔으나 한때 증가하던 해외 직접 투자가 90년대 중반을 고비로 격감해 빈곤국은 원조와 투자의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어 왔다.
뉴욕타임스는 21일 “해외 직접 투자 확대의 최대 수혜자는 미국으로 나타났다”면서 “지난 10년간 미국으로 민간자본이 쏠리는 현상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무역을 위한 원조(aid for trade)’를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빈곤국에는 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필수적인 사회간접자본이 결여돼 있기 때문에 원조를 늘려 간접자본을 확충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도 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해외원조 액수를 50% 증액, 2006년까지 총 15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2일 서명을 앞두고 ‘몬테레이 합의문’에서 선진국들의 국민총생산(GNP)의 0.7%를 해외 원조에 할당하자는 조항이 미국의 반대로 삭제될 것으로 알려지자 세계의 구호단체들은 이 회의가 ‘선진국의 속임수’라고 반발하고 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