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美경기 ‘V형 對 W형’ 논란

  • 입력 2002년 3월 3일 18시 04분


뉴욕증시 활기
뉴욕증시 활기
“‘V’형이냐, ‘W’형이냐.”

미국 경제가 1년여의 침체기를 거쳐 완전한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인지, 아니면 조만간 다시 침체의 늪에 빠질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완전 회복론〓최근 발표된 지난해 4·4분기 경제성장률, 제조업지수 등은 미국 경제가 9·11테러와 엔론 사태의 악몽에서 벗어나 빠른 ‘V’형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미국공급관리협회(ISM)가 1일 발표한 지난달 제조업지수는 54.7을 기록해 전월의 49.9보다 크게 상승했다. 28일 발표된 지난해 4·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당초 예상치를 뛰어넘는 1.4%를 기록했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은 지난해 12월 정체 상태를 보였으나 1월 들어 0.4% 증가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지난해 11차례나 단행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격적인 금리인하가 생산과 소비 양대 분야에서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미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회복 기조가 계속될 경우 올해 미경제는 당초 전망치인 1.5∼2.0%를 훨씬 뛰어넘는 3.0∼3.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중 하강론〓그러나 일부 분석가들은 회복세가 단기간에 그치면서 미 경제가 조만간 다시 한번 침체의 늪에 빠지는 ‘W’형 곡선을 그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메릴린치 증권회사의 스티븐 로치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의 감원이 계속되고 있으며 소비자 체감경기가 아직 부진하기 때문에 미 경제가 올해 안에 침체기에 재돌입하는 ‘이중하강(Double Dip)’ 국면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인력 전문조사기관인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사에 따르면 1월 미 기업들의 감원은 지난해 9∼12월의 하락세에서 반전돼 전월 대비 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의 경제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경제지표인 콘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도 연 2개월 상승했다가 2월 들어 하락세로 반전됐다.

로치 연구원은 “과거 미국의 6차례 경기침체 중 5번은 이중하강 국면을 겪었다”면서 “이중하강은 더 이상 ‘예외’가 아니라 ‘원칙’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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