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본의 아닌 스페인 '침공 사건'

  • 입력 2002년 2월 19일 17시 44분


17일 영국이 본의 아니게 스페인을 ‘침공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박격포와 SA 80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영국 해병대원 20여명이 수륙양용선을 타고 이베리아반도 남단에 있는 스페인의 라 리니아 드라 콘셉시온 마을에 상륙한 것. 외신들은 해병대원 외에도 낙하산을 탄 영국 공수부대원들이 이 일대 상공을 점점이 수놓았다고 전했다.

해병대원들은 섬에 상륙하자마자 스페인 어부들과 맞닥뜨렸다. 느닷없는 영국군의 침입에 어부들도 놀랐지만 정작 더 놀란 것은 영국 해병대원들이었다. 상륙훈련 지점이 빗나갔기 때문. 영국군은 영국령인 지브롤터해안에 상륙한 것으로 착각했다.상륙지점과 지브롤터간의 거리는 수m에 불과했다. 영국군은 스페인 영토에서 황급히 철수했다.다음날인 18일 영국 국방부는 “우리는 스페인을 점령할 의도가 없었으며 지금도 그럴 계획이 없다. 우리는 크게 당황했으며 실수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사과 성명을 냈다.

스페인 영토에 머문 시간이 5분도 채 안 됐는데도 영국 정부가 이처럼 사과 성명을 낸 것은 지브롤터에 대한 스페인의 미묘한 국민감정을 고려했기 때문.

영국은 1704년 이곳을 점령한 뒤 지금까지 300년 가까이 스페인의 반환 요구를 거부해왔다. 당시 영국이 스페인 왕위계승전쟁에 개입한다는 명분으로 지브롤터를 점령했기 때문에 지브롤터는 스페인 국민에게 뼈아픈 역사의 상처로 남아 있다.

면적 5.8㎢에 인구 3만명이 사는 소도시이지만 대서양과 지중해를 연결하는 입구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 711년 이슬람교도의 타리크가 무어인을 거느리고 이곳을 점령한 이래 스페인과 이슬람 국가간에 쟁탈전이 계속되다 1704년 영국으로 넘어갔다.

1969년 영국의 직할지로 남을 것인지 독립국으로 태어날 것인지를 결정하는 주민 투표를 실시해 영국의 보호 아래 자치정부를 수립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지브롤터에는 모로코와 스페인, 이탈리아계는 물론이고 영국계와 유대인, 인도인 등 다양한 민족이 살고 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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