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커먼교수 “악의 축 발언은 전시인기 연장전략”

  • 입력 2002년 2월 4일 18시 11분


미국의 저명한 헌법학자인 브루스 애커먼 예일대 교수는 북한과 이란, 이라크에 대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경고가 확전을 위해 여론을 떠보는 ‘관측기구(trial balloon)’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애커먼 교수는 3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대통령은 전시(戰時)의 비상상황에서 조성된 권력과 전시의 인기를 연장하고자 하는 성향을 보인다”면서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경우 확전을 위한 법적 근거가 취약하자 일단 관측기구를 띄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개시하기 전 미 의회는 무력을 9·11 테러사건과 관련된 국가나 조직, 테러리스트에 대해서만 사용하도록 제한했다.

애커먼 교수는 “의회가 다른 국가들에 전쟁을 확대하도록 백지위임장을 준 바 없기 때문에 그동안 부시 행정부는 다른 ‘불량 국가(rogue states)’들이 9·11 테러에 관련된 증거를 추적해 왔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끝났는데도 종전을 선언하지 않고 있으며 정치적 야심을 위해 거꾸로 전쟁론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것.

애커먼 교수는 “만약 그의 전쟁 지속론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지면 국민은 그에게 의회의 동의 없이 이라크 또는 이란에 대한 새로운 전쟁을 개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전쟁은 이미 끝났고 대통령이 새로운 전쟁을 개시하려면 이 전쟁이 수행할 가치가 있는지와 잘못된 결정일 경우 어떻게 전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지에 대해 의회를 반드시 설득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9·11 테러사건 이전에는 이 같은 절차를 밟을 것을 다짐했으나 테러와의 전쟁에서 막강한 권력을 발견했기 때문에 이제 대통령이 이 같은 다짐을 지키도록 관철시킬 주체는 국민밖에 없다고 말했다.

애커먼 교수는 지난해 8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부시 행정부의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 일방 탈퇴 계획에 대해 위헌 시비를 제기했으며 같은 해 5월 부시 대통령이 취임 4개월 만에 모교 예일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게 되자 이에 반대하는 청원서를 돌린 바 있다.

△64년 하버드대 졸업

△67년 예일대 법학박사

△68년 대법원 판사 시보

△71년 이후 펜실베이니아대, 컬럼비아대, 예일대 교수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