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걸린 러 흉악범 집단탈옥 파문

  • 입력 2002년 1월 20일 16시 43분


19일 러시아 중부 울리야노프스크주의 중노동 수용소에서 살인범 등 복역수들이 집단탈출해 러시아 전국이 공포에 떨고 있다. 20일 현재 탈출한 14명 중 7명은 검거됐으나 탈옥수들이 모두 에이즈바이러스(HIV) 감염자로 밝혀져 파문이 더욱 커지고 있다.

탈옥수들은 지난해 가을부터 감옥 밑으로 20m 길이의 굴을 파기 시작, 치밀한 탈출준비를 해왔으며 18일 밤 터널 속을 기어서 탈출에 성공했다. 이들의 탈옥사실은 19일 오전에야 알려져 교도관 등의 도움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지난해 10월 모스크바 교도소에서 4명의 복역수가 탈출한 사건을 비롯, 탈옥 사건이 잇달자 유럽회의(CE)와 국제인권단체들이 100여만명의 러시아 수감자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인권단체인 인간과 감옥 의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감옥엔 폭력과 마약 결핵 등이 만연해 있으며 시설부족으로 10인용 감방에 60여명이 수감돼 3교대로 잠을 자는 경우까지 있다. 또한 수감자 1000명 중 21명이 에이즈 감염자로 나타나기도 했다.

러시아는 마약 사용과 에이즈 증가율에서 세계최고 수준이다. 인구 10만명당 150명이 마약 사용자이며 100만명으로 추산되는 에이즈 감염자 수가 1년에 2배씩 증가하고 있다. 이번에 탈출한 탈옥수들도 모두 마약 중독자다.

러시아 감옥에서는 교도관들을 매수해 마약과 휴대폰의 구입과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기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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