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야마교수 來韓 강연]“테러도 세계화 막을수 없다”

  • 입력 2002년 1월 16일 18시 10분


후쿠야마교수
후쿠야마교수
“헌팅턴 교수의 이론보다 내 이론이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하고 있다.”

1992년 저서 ‘역사의 종언’을 통해 탈(脫)냉전기 국제질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 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 사공일·司空壹) 초청으로 16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9·11 테러사태와 세계질서:문명의 충돌?’이란 주제로 강연한 그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문명충돌 해석은 무리”▼

후쿠야마 교수는 ‘역사의 종언’에서 세계 역사는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로 수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그의 스승인 새뮤얼 헌팅턴 하버드대 교수는 ‘문명의 충돌’을 통해 세계 역사는 서로 다른 문명간의 충돌의 역사라고 규정했다. 두 사람의 해묵은 논쟁은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이 자본주의의 상징인 뉴욕 세계무역센터를 공격함으로써 새로운 조명을 받았다. 양상은 달라졌다. 구소련의 몰락이 후쿠야마 교수의 이론을 뒷받침해줬다면 9·11 테러는 헌팅턴 교수에게 무게를 실어주었다. 후쿠야마 교수는 “사람들은 9·11 테러 이후 내 이론의 근거가 약해졌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9·11 테러는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거역할 수 없는 대세라는 데 절망한 극단주의자의 도발일 뿐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테러사태로 세계화의 속도가 잠시 늦춰지긴 했지만 우리가 입고 있는 양복처럼 결국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로의 현대화는 전 세계로 확산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자신의 소신인 과학기술에 대한 끝없는 낙관론의 근거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찾았다. “미주리에서 발진한 B2 폭격기가 수천㎞를 날아서 목표한 집에 정확히 폭탄을 투하할 수 있다는 것은 군사혁명이며 기술혁명”이라는 것. 이 같은 군사혁명을 바탕으로 정치적 세계질서에선 미국의 지배가 계속될 것이나 경제적으로는 미국이 유럽연합(EU) 중국 등과 경쟁하는 다극체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北공격 가능성 일축▼

그는 최근 국제사회에서 일고 있는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비판은 지나친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국이 생물무기금지협정에 가입하지 않은 것을 비판하지만 이 협정은 엄밀성이 결여되어 있다. 미국과 같이 개방된 나라의 생화학기술은 외부에 노출되는 반면 외국의 (생화학) 무기개발에 대한 사찰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

대(對)테러전쟁이 북한 공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그는 “미국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는데 어디서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현실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日경제위기 본질은 정치▼

그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공개적으로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외교적으로 문제가 있다”면서도 “퍼주기만 한다는 한국 내 비판여론도 있듯이 햇볕정책을 재검토할 계기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의 뿌리인 일본의 장래에 대해 “일본의 위기는 자민당을 중간 고리로 한 정부와 기업의 유착구조를 타파하지 않는 한 해결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론을 수정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슬람국가들이 종교와 정치가 합치되면서도 부강한 나라로 성장한다면 내 이론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럴 개연성이 없다는 뜻이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후쿠야마 약력

52년 시카고 출생

코넬대 고전문학 전공

하버드대 정치학박사

랜드연구소 연구원

국무부 정책기획국 부국장

조지메이슨대 교수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교수

▽주요저서

- 92년 ‘역사의 종언’ 발간, 이후 20개국에서 번역 출판

- 95년 ‘사회적 덕목과 번영의 창조’

- 99년 ‘대붕괴:인간본성과 사회질서의 재구성’

- 2002년 4월 ‘후인간(後人間)의 미래: 인간공학혁명의 결과’ 출판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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