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 게이트’ 2대 초점]백악관 개입은…

  • 입력 2002년 1월 13일 18시 50분


【‘엔론 게이트’로 비화되고 있는 엔론 사태의 실체는 무엇인가.

엔론 사태가 미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정경유착 의혹에 앞서 1차적으로 엔론 경영진이 직원과 투자자를 기만하고 이 과정에서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산으로 치닫는 회사의 운명을 미리 알고도 잘못된 정보를 유포해 주가를 높은 수준으로 띄운 뒤 자신들은 계속 주식을 팔아 이득을 챙기지 않았느냐는 것.】

▼부실은폐 경영진 1조3300억원 차익▼

▽레이 회장의 주가 사기극〓헨리 웩스먼 하원의원(민주)은 12일 엔론의 재무 상태와 주가에 관해 지난해 8월 케네스 레이 엔론 회장이 전 직원들에게 발송한 e메일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레이 회장은 “본인의 최대 과제는 엔론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이라면서 “앞으로 주가가 상당히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레이 회장은 이처럼 직원들에게 그릇된 정보를 흘려 계속 주식을 보유하도록 하면서 정작 자신은 99년초부터 2001년 7월까지 엔론 주 180만주를 팔아치워 1억130만달러(약 1300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그는 이 기간 중 거의 매일같이 주식을 거래해 무려 350번에 걸쳐 엔론 주를 분산 매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주당 31달러에서 86달러를 받고 팔았다. 현재 엔론의 주가는 26센트 안팎.

레이 회장을 포함한 엔론의 경영진 29명은 99년부터 2001년 중반까지 주로 스톡옵션으로 받은 엔론주를 매각해 모두 11억달러(약 1조3300억원)를 벌었다. 특히 엔론 자회사의 회장이던 루 페이는 500만주를 팔아치워 29명 중 가장 많은 3억5370만달러(약 4500억원)를 챙겼다.

반면 엔론의 경영진은 12억달러(약 1조5600억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종업원들의 주식매각을 막아 이에 상당하는 재산피해를 끼쳤다.

▼에너지TF팀, 행정부-엔론 창구 의혹▼

▽백악관 엔론 창구 에너지 태스크 포스팀〓정경유착의 의혹을 푸는 첫 단추로 미 의회는 딕 체니 부통령의 에너지 태스크 포스팀과 엔론의 접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모임은 2000년 여름부터 파산 48일 전인 지난해 10월10일까지 6차례에 걸쳐 진행돼 파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행정부와 엔론의 접촉 창구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의회는 체니 부통령에게 모임의 대화록을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있으나 체니 부통령측은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의회의 조사기관인 일반회계국(GAO)은 이달 안에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소송을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 대화록은 정부가 사전에 엔론의 부실을 파악하고 있었는지 여부와 증거를 은폐하려고 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는 핵심서류다.

또 엔론 회계감사기관의 아서 앤더슨이 주요 서류가 파기됐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이것이 증거를 인멸하려는 정부와 엔론, 그리고 앤더슨의 사전 모의에 의한 것인지 여부도 향후 조사의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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