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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월 4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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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발단은 지난해 10월 새로 취임한 로렌스 서머스 총장이 흑인인 코넬 웨스트 교수를 불러 그의 사적 활동을 ‘비(非) 지성적 행동’이라고 질책하면서부터. 웨스트 교수는 인종 및 민족문제 전문가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학자.
서머스 총장은 웨스트 교수가 랩 CD 앨범을 내고 대선 후보로 유력시되는 모 정치인을 위한 위원회를 주도하는가 하면 흑인학 개론에서 A학점을 남발했다는 이유로 주의를 줬다.
그러나 대학교수의 정치적 활동이 활발한 미국에서 특정 교수의 정치색을 들어 힐난하는 것은 이례적인 데다 ‘학점 인플레이션’ 문제 역시 몇몇 교수에 국한된 게 아니어서 흑인교수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흑인교수들은 서머스 총장의 행동은 명백한 인종차별이라며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웨스트 교수는 전체 2000여명의 교수 가운데 14명밖에 안 되는 ‘우수교수’에 선정될 정도로 명망이 높은데다 앤서니 아피아, 헨리 루이스 게이츠 2세와 같은 저명한 아프리카-아메리카학의 교수들이 그를 거들고 나서 서머스 총장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들 흑인교수는 하버드대와 경쟁 관계인 프린스턴대로 이적까지 검토하고 있어 하버드대는 자칫 ‘흑인교수 드림팀’의 명성에 먹칠을 할 판이다.
사태가 급박해지자 서머스 총장은 최근 대학신문에 성명을 내고 심심한 유감의 뜻을 밝혔으나 제시 잭슨 목사가 하버드대를 항의 방문하겠다고 밝히는 등 인종차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