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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4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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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가 1320억달러에 이르는 대외채무에 대해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한 뒤 처음으로 열린 아시아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24일 안정세를 나타냈다.
이는 아르헨티나 위기가 아시아 위기와 다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시아 위기는 예상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닥쳤다. 헤지펀드에 대한 방어수단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었으며 위기 극복을 주도해야 할 일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조기진화에 실패했다.
반면 현재 진행중인 아르헨티나 위기는 오래 전부터 예견된 것이어서 대응책 마련도 꾸준히 추진됐다. 또 아시아 위기를 겪은 뒤 헤지펀드 등 급격한 단기자본 흐름에 대한 여러 가지 규제방안이 마련됐으며 미국과 유럽 및 국제통화기금(IMF)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위기가 파급되지 않고 있다고 해서 아르헨티나 위기가 인근 나라에 별 피해를 주지 않고 끝나리라고 낙관하기는 이르다. 아르헨티나 위기는 외환유동성이 일시적으로 부족해 일어났던 아시아 위기와 달리 재정적자와 엄청난 대외채무 등 경제위기가 함께 겹쳐 있다는 점에서 해결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IMF나 미국도 유동성 지원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아르헨티나 새 정부에 대해 “먼저 대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
지불유예된 금액이 사상 최대라는 점도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르헨티나 위기 문제가 조기에 해결되지 못할 경우 아르헨티나에 투자한 금융기관이 원리금을 회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들 금융기관에 돈을 맡긴 투자자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가 과제로 떠오르게 된다. 아시아 위기와 98년 러시아 위기 때 이들 지역에 투자했던 한국 금융기관이 무더기로 무너지고 무더기 소송이 일어났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르헨티나 투자가 많은 유럽과 미국 금융기관들에 엄청난 손실을 줄 것이고 결국 국제금융시장을 경색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 97년 아시아 통화위기와 현재 아르헨티나 위기의 비교 | ||
| 항목 | 아시아 위기 | 아르헨티나 위기 |
| 학습효과 | 예상하지 못한 돌발 사태 | 오래전부터 사실상 부도상태 |
| 위기의 본질 | 외환 유동성 위기 | 경제위기와 유동성 위기 혼합 |
| 헤지펀드 | 무방비 | 헤지펀드 규제방안 마련 |
| 대응세력 | 일본(제대로 역할 못함) | 미국과 IMF(적극 해결노력 기대) |
| 위기의 전염 |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대만 홍콩 한국으로 전염 | 멕시코 브라질 등으로 전염 우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