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12월 24일 18시 0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아르헨티나 경제가 왜 이렇게 악화됐나.
91년 도밍고 카발로 당시 경제장관이 실시한 달러화에 대한 1 대 1 고정환율제가 위기의 주범이다. 초(超)인플레이션을 겪던 도입 당시에는 인플레를 억제하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경제가 안정되면서 고정환율제는 오히려 세계경제의 변동에 탄력적으로 대처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아르헨티나가 도입키로 한 ‘제3의 통화’는 무엇인가.
페소와 달러 이외의 ‘제3의 통화’를 발행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제3의 통화’가 달러화에 고정된 페소화와 별도로 ‘태환 불가능한 페소’의 형태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쿠바, 일부 남미 국가에서 이 같은 이중통화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정부는 보다 자유롭게 ‘태환 불가능한 페소’ 화폐를 발행해 국내 임금 및 연금 지급에 사용할 수 있다. 이 화폐로는 달러로 바꿀 수도 없고 수입품을 살 수도 없다. 반면 정부는 아르헨티나의 외국인 투자자들이 환전시 평가절하에 따른 손해를 보지 않도록 이들이 달러를 페소로 바꿀 때 환율을 유리하게 적용하는 제도적 장치를 병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의 외채 규모는 얼마나 되나.
올 1·4분기 아르헨티나의 공공부채는 1321억4300만달러다. 이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 등 다국적 금융기관을 비롯해 외국채권단에 진 대외부채는 793억달러이고 나머지 528억달러는 국내부채다.
지난해 말까지 공공부채는 아르헨티나 국내총생산(GDP)의 44.9%였으나 이 가운데 대외부채만 아르헨티나 총 수출액의 2.78배, 부채에 대한 이자 지급액만 전체 수출액의 22.6%를 차지했다.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외채는 172억2300만달러지만 9월부터 악성 외채에 대한 채권 스와프거래로 내년에 갚아야 할 실제 외채는 11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르헨티나 경제위기에 IMF의 잘못은 없나.
IMF는 페르난도 델라루아 전 대통령 정부의 경제실책을 오히려 지지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 정부는 위기를 실감하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또 ‘재정적자 제로’라는 IMF의 개혁 요구는 사실상 아르헨티나가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었으며 IMF가 5일 아르헨티나가 자금지원의 조건인 긴축재정 실시 등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12억4000만달러 추가지원을 거부한 것이 사태를 결정적으로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김성규기자>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