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전쟁 美 해-공군 무기 성적표

  • 입력 2001년 12월 19일 17시 58분


아프간전쟁에서 미국 해군과 공군의 명암이 엇갈렸다.

월간 워싱턴 먼슬리 12월호에 따르면 미 공군은 악천후에서도 24시간 정찰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프레대터(Predator) 무인정찰기에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까지 장착해 아프간전에 투입했다. 아군의 손실 없이 탈레반 부대를 추적해 파괴할 수 있는 이상적인 무기라는 이유에서다. 이 무인기는 수백㎞ 떨어진 안전지대에서 병사가 전자오락기처럼 조이스틱으로 조종한다.

그 프레대터가 잇따라 추락했다. 이유는 나쁜 날씨 때문. 미 민간단체인 ‘정부감시 프로젝트’가 입수해 인터넷을 통해 최근 공개한 비밀보고서에 따르면 미 국방부의 중앙평가국은 10월 프레대터가 작전요구성능에 못 미친다고 결론지었다. 결국 11월초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아프간의 겨울 기상을 이겨낼 수 없다는 이유로 프레대터의 철수를 명령했다.

미 공군은 개전 초반 “B2 스텔스 폭격기가 지금까지 최장인 44시간 동안 아프간에서 작전을 지속했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전장 20.9m, 전폭(날개 포함) 52.12m에 달하는 이 거대한 항공기의 내부에는 보조 조종사를 위한 공간과 화장실조차 없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레이더 탐지를 회피할 수 있도록 제작된 항공기의 표면이 비만 맞으면 손상돼 마치 수두를 앓은 것처럼 자국이 남는다는 것. B2기가 한 시간만 비행하면 45명이 달라붙어 한 시간을 작업해야 표면을 보수할 수 있다. 한번에 작전 가능한 B2기는 33%로 줄어들었다. 그 결과 아프간전에서 개전 한달 동안 B2기는 6번밖에 임무를 수행할 수 없었다. 그동안 해군기들은 1500번 이상의 임무를 수행했다.

반면 해군의 JSOW 공대지 폭탄은 64㎞를 활강해서 목표지점에 떨어지는 차세대 무기지만 이번 아프간전에 처음 투입돼 작전요구성능을 초과 달성했다.

이처럼 군별로 차이가 나는 것은 개발단계에서 얼마나 자주 실험을 거쳐 문제를 보완했느냐에서 비롯된다. 해군은 70년대 말부터 시작된 A12 폭격기의 개발이 미 역사상 가장 많은 예산만 낭비한 채 91년 중단된 데서 조기 실험의 교훈을 깨달은 반면 타군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

중앙평가국에 따르면 최근 공군 프로그램의 66%가 주요 시스템 고장과 안전 결함으로 작전평가가 중단됐으며 육군은 더 심각해 프로그램의 80%가 작전요구성능의 절반도 충족시키지 못했다. 반면 해군은 무기의 90%가 평가를 통과했다.

“육군은 멍청하고(Dumb) 공군은 기만적이며(Devious) 해군은 도전적(defiant)”이라는 말의 영문 앞글자를 따서 3D라는 신조어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이 잡지는 전했다.

<홍은택기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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