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금 아랍인은 인권이 없다”…뉴스위크 최신호 특집

  • 입력 2001년 12월 7일 18시 42분


“제발 누가 절 좀 구해주세요….”

한 청년이 교도소 감방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울부짖지만 그의 귓가엔 “오사마 빈 라덴을 죽여라”는 말만이 들려온다. 안간힘을 다해 비상벨을 눌렀으나 수십분이 지난 뒤에야 현장에 도착한 교도관들도 차가운 눈초리로 그를 바라볼 뿐이다.

미국 휴스턴에 거주하는 파키스탄 출신 하스나인 자베드(20). 9월 18일 뉴욕으로 향하던 버스에서 영문도 모르는 채 연방국경순찰대원들에 의해 연행됐다. 비자의 유효기간이 만료됐다는 것. 곧바로 미시시피주 위긴스의 교도소에 수감된 그는 동료 죄수들로부터 집단 구타를 당해 갈비뼈가 부러지고 고막이 터지는 중상을 입었다.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그는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극도의 불안감과 대인 기피증을 보이고 있다.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병원 의사로 일해온 아랍계 미국인 알 바드르 알 하즈미 박사도 2주 동안 그가 겪어야 했던 악몽 같은 경험에 치를 떨고 있다.

그는 9·11 테러 다음날 새벽에 들이닥친 수사관들에게 영문도 모른 채 샌안토니오의 미연방수사국(FBI) 사무실에 끌려가 침대도 없는 독방에 며칠 동안 감금됐다. 지병 치료를 위해 투약해온 항생제와 안경마저 빼앗겼다. 혐의는 사우디아라비아인들에게 매우 흔한 자신의 이름이 2명의 항공 테러범들과 같다는 것. 또 자신이 아는 한 이슬람 종교단체 책임자가 오사마 빈 라덴의 50명이 넘는 이복 형제들 중 한 사람이었다는 것.

9월 24일 가까스로 석방됐지만 병원 동료들은 그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대하고 있다. 그는 “6세와 8세짜리 아이들에게 왜 아빠가 감옥에 가야 했는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고 절규했다.

9·11 테러 이후 미 정부가 아랍계 테러용의자들을 대거 구금하고 비공개 군사재판에 회부하려는 것에 대해 거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뉴스위크 최신호(10일자)는 인권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들의 사례를 상세히 소개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9·11 테러 이후 연행되거나 조사를 받은 아랍계 미국인들은 모두 1200여명. 이중 알 카에다와의 관련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은 12명에 불과하다.

미 상원 법사위원회 패트릭 레이히 위원장(민주당)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외국계 테러 용의자들을 대거 구금하고 법무부가 테러용의자와 변호사 간의 대화를 감청하도록 한 것은 시민 자유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 법무부는 테러범 색출을 위해서는 다소 법관행을 벗어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정안기자>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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