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의 혹독한 겨울… WP기자 르포

  • 입력 2001년 11월 9일 16시 28분


얼음 알갱이가 섞인 눈보라가 칼날처럼 뺨을 때렸다. 눈썹과 코에 고드름이 달라 붙었다. 원주민 안내자가 앞장을 섰지만 짐과 사람을 태운 말들은 발목까지 빠지는 눈 속에서 비틀거렸다. 바로 옆은 천길만길 가파른 낭떠러지. 미끄러지지 않으려는 말들의 몸부림이 처절했다.

 원문보기

프랑스 구호단체인 ACTED 요원과 원주민 안내인 등 일행 8명이 12마리의 말을 이끌고 카불 북동부의 안주만로를 따라 접전지역인 판시르계곡을 향해 떠났다. 산을 향해 올라가는 길은 뱀처럼 구불구불한 바위투성이였다. 옆으로 수천피트의 낭떠러지를 에울러가는 험준한 길이 이어졌다.

정상 가까이 이르자 갑자기 눈발이 거세지고 기온이 급강하했다. 올 겨울의 본격적인 첫 눈. 말들이 비탈길에 자꾸 미끄러졌다. 안내인은 말에게 날카로운 채찍질을 하다 결국 짐을 덜어줬다. 돌풍이 몰아치자 안내인마저 길을 잃기도 했다. 사람이나 말이나 기진맥진해 갔다. 그러나 주저앉으면 해발 4200m의 혹한 속에 버려지게 된다. 안내인들은 늑대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중얼거렸다.

출발한지 8시간여만에 목적지인 파리얀지역 쿠르페탑 마을에 도착했다. ACTED관계자들은 본격적인 겨울이 오면 방금 건너온 길마저도 봉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