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한 탄저균…美 4일이후 추가감염 없어

  • 입력 2001년 11월 8일 16시 24분


지난달 5일 플로리다주에서 첫 탄저병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한달여동안 미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탄저균 사태가 소강 국면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선 그동안 워싱턴 뉴욕 플로리다주에서 모두 4명이 탄저병으로 사망하고 14명이 감염됐으나 4일 뉴저지주의 한 우편집배원이 피부 탄저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된 이후엔 추가 감염 사례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톰 리지 조국안보국장은 7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를 의식한 듯 “나는 다른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탄저균 사태가 영원히 종식됐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탄저균 공격이 재개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으므로 우리 모두는 계속 경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사 지지부진〓미 정부가 탄저균 사태가 일단 한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면서도 완전히 불안을 떨치지 못하는 것은 누가 우편물을 통해 탄저균을 확산시켰는지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연방수사국(FBI)은 그동안 1000건이 넘는 수사 단서를 추적해 왔지만 아직 문제의 탄저균이 외국에서 들어온 것인지, 미국에서 생산된 것인지조차 가리지 못하고 있다.

7일 상원 법사위 청문회에서 FBI의 테러담당관인 제임스 카루소는 “탄저균의 출처를 모를 뿐만 아니라 미국내에서 탄저균을 연구하는 연구소와 연구원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 지도 파악하지 못했다”고 증언해 의원들을 경악케 했다.

▽생화학 테러의 신호탄?〓문제는 이번 탄저균 사태가 생화학 테러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탄저균 공격은 인명살상이 아니라 공포확산을 노린 것”이라며 탄저균 공격을 벌인 주체가 이 같은 목표를 달성했다고 판단할 경우 다른 형태의 테러에 나설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 정부가 천연두 백신의 확보에 나선 것도 이 때문.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6일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조직이 핵 및 생화학 무기를 입수하려 하고 있다”며 화생방 테러 가능성을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 정부는 증거는 없지만 빈 라덴이 탄저균 공격에 관련됐을 개연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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