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이상한 사람들" 망언 파문

  • 입력 2001년 11월 2일 14시 50분


한국 일본 중국의 구일본군 징병 징용자 및 그 후손들이 1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참배는 위헌이라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데 대해 고이즈미 총리가 원고단을 “이상한 사람들” 이라고 한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원고단과 야당 대표들은 “고이즈미 총리가 과거사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 라고 비판했다.

오사카(大阪)지법에 제소한 원고중의 한명인 스가하라 다쓰노리(菅原龍憲·61·승려)는 “원고 한사람 한사람이 지금까지 쌓아온 노력을 짓밟는 발언으로서 굴욕감을 느낀다” 고 말했다.

마쓰야마(松山)지법에 제소한 기쿠치 마사아키(釋氏正昭·58)원고단장은 “‘자신에 대한 비판에는 대답하지 않고 얘기가 안된다’ 고 하는 것 자체가 얘기가 안된다. 헌법을 더 공부해서 우리들이 왜 제소를 했는지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고 비판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민주당대표는 “고이즈미 총리의 발언에 빗대 이상한 총리가 있다. 총리신분으로 참배하는 것은 위헌성이 매우 높다. 왜 얘기가 안되는가. 아주 훌륭한 얘기가 된다” 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미즈호(福島瑞穗) 사민당 간사장도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찬반양론이 있고 아시아국가들도 항의했다. 그런 뜻에서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을 ‘이상한 사람들’ 이라고 한 것은 심하다” 고 비판했다.

사토 아쓰시(佐藤司)가나가와대교수도 “고이즈미 총리의 인권감각이나 인권보호의식이 희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발언으로서 놀랐다” 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고이즈미 총리가 10월 한국을 방문해 “마음으로부터 ‘반성과 사죄’ 를 표시함으로써 회복기미를 보인던 일한관계가 다시 자극받을 우려도 있다” 고 전망했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118명의 한국인을 돕고 있는 태평양전쟁희생자보상추진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과 한국 희생자들을 ‘이상한 사람’ 이라고 매도한 것은 명백한 ‘망언’ 이라며 고이즈미 총리가 방한때 한말은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것으로 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강력하게 대처하겠다” 고 밝혔다.

<동경=심규선 특파원기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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