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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31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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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 산업별 노조인 전기연합(조합원 75만명)과 철강노조(14만명)가 내년 봄 임금협상에서 임금인상 통일 요구안을 보류하기로 31일 방침을 정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완전실업률이 치솟는 등 고용불안이 확산되자 임금인상보다는 고용확보를 우선시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선 것.
▽임금인상 요구 보류〓전기연합과 철강노조는 산별 노조 중에서도 강력한 집결력을 갖추고 있어 일본의 ‘춘투’(춘계투쟁·봄철 임금협상)를 주도해 온 양대 노조연합체. 전기연합의 임금인상 요구 보류는 이번이 처음이며 철강노조는 엔고 불황을 맞았던 1987년 이후 15년 만의 일이다.
전기연합의 경우 정보기술(IT) 불황으로 마쓰시타 후지쓰 도시바 등 6대 전기전자 업체가 최근 발표한 9월기(상반기) 중간결산에서 모두 적자로 전락하면서 인원삭감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지자 협상방침을 고용 우선으로 전환했다.
또 철강노조 역시 최근 철강제품의 가격이 급락하고 국제경쟁이 격화되자 경영진측과 고용안정협정 체결 협상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은 임금 동결만으로는 현재의 인원삭감을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근로시간 단축, 임금삭감 등을 포함한 고용안정책을 서두르고 있다.
▽대기업 구조조정 태풍〓일본 대기업들은 몇년 전부터 인원삭감 등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으나 최근 경기침체가 악화되면서 더욱 고삐를 조이기 시작했다.
이미 후지쓰 도시바 등 전기업체들이 1만명 안팎의 인력삭감을 추진하고 있는 데 이어 마쓰시타전기도 내년 3월까지 일본 국내 사원의 5.7%인 8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올 4∼9월 무려 695억엔의 순손실액이 발생해 6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
또 최근 1만5000여명의 인원삭감 계획을 발표했던 히타치제작소도 IT불황과 테러사건 등으로 미국으로부터의 주문이 격감해 추가 인원 삭감이 불가피하다고 30일 밝혔다.
또 산와은행 도카이은행 등 2개 은행도 올 겨울과 내년 여름 지급하는 전 행원의 상여금을 20% 삭감하기로 했으며 미쓰이스미토모은행도 10% 삭감키로 하는 등 금융기관의 임금삭감도 잇따르고 있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