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오폭으로 일가족 참사…"누구를 원망해야 하나요"

  • 입력 2001년 10월 29일 01시 05분


“우리 식구는 어떻게 됐어요?”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 근교에서 부모 형제 등 대가족이 오순도순 살다 28일 순식간에 여덟 식구를 모두 잃은 소년 자와드(13)는 아직도 일가족 참사 사실을 알지 못한다.

아홉 식구 중 그만이 간신히 살아남았다.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공습 이래 민간인 오폭 사고 중 최대 참사인 셈이다.

피범벅이 된 상태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이웃에 의해 구출된 그는 카불 시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연방 가족의 안부를 묻는 그의 질문에 그를 간호하고 있는 이웃은 차마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심리적 안정을 위해 “괜찮아. 모두 잘 있어”라는 말만 해주고 있다.

미군 폭격이 강도를 더해가면서 오폭에 따른 민간인 희생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 자와드군 가족 외에도 아침식사 도중 폭격을 당해 가족 8명 중 대부분이 숨진 집안도 보고되고 있다.

맹폭을 퍼부은 27일 민간인 10여명이 희생된 데 이어 28일 공습에서도 최소한 13명의 민간인이 숨진 것으로 현지 주민들은 전했다. 특히 27일과 28일 공습에서는 두 살짜리 유아 등 어린이들의 희생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불 북쪽 외곽 여기저기엔 부서진 집 밖으로 심하게 훼손된 시체들이 널려 있었으며 가족의 시체를 끌어안고 통곡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날 두 아들을 잃은 아힙 다드(45)는 아들의 시체를 끌어안은 채 “아내 등 식구 3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며 “우리에게 유일한 희망은 신뿐”이라며 오열했다.

7일부터 시작된 미국의 공습으로 카불 인근에서만 적어도 민간인 37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하종대기자>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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