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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4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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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 저서 ‘문명의 충돌’에서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충돌을 경고한 바 있는 새뮤얼 헌팅턴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는 13일 독일 일간 타게스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테러와의 전쟁’에 관해 이렇게 전망했다.
그는 미국이 테러 참사를 계기로 시작한 ‘테러와의 전쟁’의 전개 양상에 대해서는 “국제 테러망이 50, 60여개국에 존재하고 있는 까닭에 전쟁은 여러 국가와 전선에서 동시에 지속될 것”이라면서 “비밀 공작 등 비합법적인 방법도 동원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그는 향후 미국의 전쟁 관련 정책에 대해 “아프가니스탄 공습에 이어 미국이 이라크를 추가로 공격한다면 이는 파멸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히고 “이라크가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테러단체 알 카에다를 지원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증거를 확보하지 않은 채 이라크를 공격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7일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시작되자 미국의 우방이었던 이슬람 국가마저도 아프가니스탄을 비난하지 않고 사태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라크를 추가로 공습하면 이슬람권 전체가 강력히 반발할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미국은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이슬람 국가의 지지와 동의를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그는 지난달 미국에서 테러가 발생한 직후 독일 주간지 디 차이트와의 회견을 통해 이번 사건이 저서에서 지적된 ‘문명의 충돌’에 해당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결코 문명의 충돌은 아니며 야만인들의 비열한 공격일 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김정안기자>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