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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4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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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 고위관계자들은 국민들에게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 대처하고 있다며 동요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테러’에 대한 불안심리에 따라 곳곳에서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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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C방송의 직원이 소포를 받은 후 탄저균 양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지자 뉴욕의 언론사와 증권사 등은 잇따라 편지함을 폐쇄하는 등 편지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CBS와 CNN, AOL타임워너사 등은 13일 편지함을 폐쇄했으며 뉴욕타임스의 편집국은 한 기자에게 분말이 들어있는 소포가 전달된 후 2시간 이상 편지함을 폐쇄했다. 뉴욕 월가의 일부 회사들은 소포를 만질 때 탄저균 감염에 대비해 두꺼운 고무 장갑을 끼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유엔본부도 수상쩍은 소포가 배달되면 모두 보안 당국에 보내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13일 승객 60명과 승무원 5명을 태우고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을 떠나 콜로라도주 덴버로 향하던 US에어웨이스 여객기에서 정체불명의 가루 봉지가 발견돼 탄저균 검사를 위해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 비상착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연방항공청(FAA)은 기내에서 발견된 가루를 검사한 결과 탄저균 음성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미 언론은 승객 중 2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보도했으나 FAA는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또 이날 런던에서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 도착한 유나이티드항공 여객기의 1등석 화장실에서도 이상한 가루가 발견돼 성분 검사와 탑승객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12일에도 미니애폴리스발 휴스턴행 노스웨스트항공 승객들이 기내에서 가루봉지가 발견되는 바람에 공항에 항공기가 착륙한 뒤 90분 동안 기내에 발이 묶였다. 조사결과 문제의 가루는 설탕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도양에서 아프가니스탄 공격 작전을 펼치고 있는 미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 함장은 13일 장병들에게 우편물을 신중히 취급하라고 당부했다.
엔터프라이즈호 함장은 이날 선내 방송을 통해 탄저균 위험을 경고하면서 “우편물을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루라”고 지시했다.
엔터프라이즈호의 한 수병은 “승무원들이 개인 편지나 우편물을 통해 탄저균에 감염되는지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등 모두 탄저를 화제로 올리고 있다”고 선내 분위기를 전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3일 주례 라디오 연설을 통해 “수많은 국민들이 불안에 떠는 것을 이해한다”며 “그러나 정부는 결연한 의지를 갖고 빈틈없는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 시장도 탄저 공포가 확산되자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추가 감염 사례는 없으며, 탄저 감염사례가 확산될 징후도 없다”고 시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뉴욕 시민들이 감염을 우려해 너도나도 병원과 약국 등에서 항생제 구입에 나서자 줄리아니 시장은 “어떠한 종류의 탄저균 확산 징후도 없다”면서 “많은 사람들을 검사했기 때문에 확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탄저는 인체 접촉을 통해서는 감염되지 않는다”면서 “치료를 통해 완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여러 곳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우편물이 대부분 탄저균 음성반응을 보이거나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밝혀져 탄저 공포에 편승해 모방범죄 또는 장난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12일 오전 로스앤젤레스 남부 오렌지카운티 소재 라모룩스 저스티스 센터 건물에 백색 가루가 담긴 우편봉투가 배달돼 근무자들이 혼비백산했으나 조사결과 백색 가루는 커피 크림과 설탕을 혼합한 것으로 밝혀졌다.
10일엔 로스앤젤레스 남부 어바인의 e비즈니스 컨설팅업체인 퀵스타트의 한 직원이 ‘유독 물질’로 추정되는 가루를 책상 밑에서 발견, 수십명이 소개됐으나 조사 결과 유독물질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이탈리아에서는 13일 한 회사원이 장난으로 동료에게 백색 가루와 ‘탄저’라고 적힌 쪽지가 담긴 우편물을 보냈다가 5명이 병원으로 긴급 호송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LA타임스지는 13일 사설에서 “문제는 미국민에 대한 탄저병 위협이 아니라 모방범죄”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신치영기자·워싱턴〓한기흥특파원>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