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반미시위 격화… 軍 해산나서

  • 입력 2001년 10월 12일 18시 43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 이후 첫 번째 금요예배일인 12일 파키스탄 내 35개 이슬람 단체가 테러 사태 이후 최대 규모의 반미시위를 벌였다. 이에 따라 파키스탄 정부는 군동원령을 내려 주요 도시에 무장 군인을 배치했다. 군과 경찰이 시위를 강제 해산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져 부상자가 속출했다.

▲시위

금요예배를 마친 오후 2시(현시시간)부터 이슬라마바드 카라치 페샤와르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는 자미앗-울레마 이슬라미(JUI) 등 이슬람 급진정당 지도부의 주도로 대규모 반미 및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시가지를 행진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형제를 공격하는 미국을 공격해야 한다”고 외치며 이슬람교도들의 성전(聖戰) 참여를 촉구했다.

파키스탄 최대 도시인 카라치에서는 시위대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과 파키스탄 정부의 미국 협력 등을 비난하면서 정부 고충처리소 건물에 들어가 물품을 약탈하고 불을 지르려 하자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해 해산시켰다.

일부 과격 시위대는 미국계 패스트푸드점 KFC와 경찰서에 돌을 던지고 불을 질렀으며 이 과정에서 차량 5대가 불탔다. 경찰은 이날 카라치에서 벌어진 시위 도중 한 시위자가 경찰 차량에 수류탄을 던져 경찰관 3명을 비롯한 5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슬라마바드에서는 1000여명의 시위대가 중심가인 아파르 거리를 점거한 채 반미 구호를 외치고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모형을 불태웠다. 군사도시 퀘타에서도 2만5000여명이 격력한 시위를 벌였다. 한편 JUI는 아프가니스탄을 수호하기 위해 대미항전에 참여할 무자헤딘(이슬람 전사) 10만명을 소집해 다음주 중 아프가니스탄에 보내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JUI는 “바자우르 자치구에서 온 수천명의 젊은 무자헤딘 지원자들이 11일 멜라마이단 지역에서 열린 집회에 탈레반 깃발을 들고 운집해 대미항전을 선포했다”고 주장했다.

▲정부대응

파키스탄 정부와 군사령부는 12일 “어떤 미군도 파키스탄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진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파키스탄 국민의 반미감정 진화에 나섰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은 연이틀 비상 치안각료회의를 주재하고 극렬 시위 지도부와 시위 참가자들을 엄중 처벌할 것임을 거듭 경고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이날 치안 수뇌부에 ‘필요할 경우’ 군 병력으로 진압할 수 있도록 군 동원령을 허가했다.

이에 따라 미군의 공습 이후 건물 방화 등 시가전 양상의 격렬한 소요 사태가 벌어졌던 퀘타와 페샤와르에는 2만명의 경찰과 함께 중화기로 무장한 군 병력이 시내 곳곳에 배치됐다. 이슬라마바드와 펀자브주 신드주의 주요 도시에도 군 병력이 시내 주요 건물과 진입로에 포진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이슬람사원을 시위 등의 목적에 사용하는 행위를 원천 봉쇄하도록 치안당국에 지시했다.

나시르 칸 두라니 경찰청장은 아프가니스탄 접경지역의 난민촌 행정책임자들에게 “시위에 참가하는 난민은 추방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난민들이 이를 무시하고 도시로 진입을 시도할 수도 있어 대규모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이슬라마바드(파키스탄)〓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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