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여객기 공중폭발 …푸틴 "테러 가능성" 美"우크라이나군 미사일 오발"

  • 입력 2001년 10월 4일 22시 21분


4일 승객과 승무원 70여명을 태우고 이스라엘의 텔아비브를 출발해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로 향하던 러시아 시비르항공사 소속의 투폴레프(TU)-154기가 흑해 상공에서 공중 폭발한 뒤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포함해 러시아와 이스라엘 고위 관리들은 테러 가능성을 밝혔으나 일부 미국 및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우크라이나군이 훈련 도중 발사한 미사일에 의해 격추됐을 가능성을 제기해 사고 원인을 둘러싸고 혼선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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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훈련에 사용된 모든 미사일은 정해진 궤도를 벗어날 경우 스스로 터지도록 자폭 장치가 내장돼 있다”며 미사일 오발에 의한 사고 가능성을 단호히 배제했다.

러시아 비상대책부는 사고 여객기가 이날 오후 1시45분경(한국시간 오후 6시35분) 소치에서 190㎞ 떨어진 흑해 상공 1만1000m에서 공중 폭발한 뒤 추락했다고 발표했다. 이 여객기에는 64명의 승객과 12명 정도의 승무원이 탑승하고 있었다고 러시아 언론이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여객기 추락을 보고받은 뒤 “테러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으며 러시아 NTV방송과 이타르타스통신 등도 일제히 “비상대책부의 이반 테테리안 소장이 테러 공격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또 에프라임 스네 이스라엘 교통장관도 이번 사고를 테러에 의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이타르타스통신이 텔아비브발로 보도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들은 우크라이나의 크림 지역에서 실탄을 사용한 군사훈련이 실시되던 중 SAM-12 지대공 미사일이 발사됐다고 밝히고 여객기 추락 사고는 테러행위라기보다는 우발적인 훈련사고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흑해 함대 대변인도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 지역에서 방공훈련을 실시하던 중 사거리 400㎞인 미사일이 발사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해군은 러시아 여객기가 추락한 흑해 연안에서 미사일 발사 훈련을 실시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무인비행선을 표적으로 미사일 40여기를 발사했다고 밝혔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은 전했다.

레오니트 쿠츠마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사고 원인이 우크라이나 해군의 미사일 오발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고 알려지자 푸틴 대통령에게 사과와 함께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이 보도했다.

NTV방송은 여객기 탑승객 전원이 이스라엘인이라고 이스라엘 공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으나 다른 언론매체는 승객 대부분이 이스라엘인이지만 이스라엘측과 교통 안전보장 문제를 협의하고 돌아오던 러시아 고위관리도 타고 있었다고 엇갈리게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폭발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자마자 블라디미르 루샤일로 안보회의 서기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러시아 구조당국은 사고 해역으로 구조대를 급파했다.

☞추락한 여객기의 수색과 생존자 구조에 나서는 구조대원들이 헬리콥터 기내에서 준비를 하고 있다[AP]

루샤일로 위원장은 이날 오후 늦게 “항공기가 추락한 지점의 수심이 1000m나 된다”고 밝혀 폭발 원인을 규명할 블랙박스 등의 단서를 찾아내는 작업이 매우 어려울 것임을 예고했다.

<정미경기자·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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